인구부 설치 지연으로 예산 편성 못해...첫 예산부터 잡음 가능성
서울 동대문구 린 여성병원의 신생아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저출생 반전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당장 내년 저출생 관련 예산은 제대로 편성조차 되지 못할 우려가 높아졌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대신 인구전략기획부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저고위 사무처 예산을 전액 삭감했지만, 정작 인구부 설치는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출생 관련 예산권을 쥐고 있는 인구부 예산이 편성되지 못하면서 내년도 저출생 예산 편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내년도 저고위 예산은 ‘0원’으로 전액 삭감됐다. 저고위 예산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총괄 및 조정 기능 수행을 위한 사무처 운영경비와 이와 관련한 정책 홍보, 인구정책평가센터 위탁사업 수행 등을 지원하는 사업 등이 포함된다. 올해 총 예산은 104억9700만원이었지만, 저고위를 폐지하고 인구부를 신설키로 한 만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문제는 신설키로 했던 인구부가 아직도 신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인구부 설치·운영으로 연간 들어가는 예산은 최소 1451억4300만원에서 최대 2008억3600만원 수준이다. 인구불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여당을 중심으로 지난 7월 발의했지만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다. 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기획재정부 역시 지난 9월 2일 국회에 제출한 정부 예산안에 해당 내용을 반영할 수 없었다.
기재부는 당초 7~8월 관련 법 통과를 전제로 10월 인구부 출범 시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인구 관련 부처 예산을 이체한 뒤 예비비 등을 동원해 내년 예산 소요를 살필 계획이었다. 하지만 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이런 계획도 틀어졌다. 행정안전부 조직설계가 늦어졌고, 기재부 역시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구부가 언제, 얼마만큼의 규모로 출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산을 편성할 수 없어 혼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인구부 출범에 큰 이견이 없는 만큼 정기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법률안이 연내 통과하더라도 3개월 이후부터 시행토록한 개정안 부칙에 따라 인구부 출범까지 저고위 사무처 운영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 기재부는 오는 7,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 증액을 타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만약 법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인구부 조직 운영에 관한 예산 뿐 아니라 인구부가 심의해야 하는 저출생 예산 역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중앙 행정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일·가정 양립, 양육·돌봄, 주거 등 저출생 관련 사업에 대한 예산요구서를 매년 5월 31일까지 인구부 장관에 제출토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구부 장관은 이를 심사해 연도별 시행계획을 짠 뒤 인구위기대응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매년 6월 30일까지 기재부 장관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예산 편성 중간에 인구부가 출범할 경우 예산안을 중간부터 살피게 되면서 첫 예산 심의부터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저고위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전국 25~49세 25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월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 남녀 중 결혼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3월 조사(61%) 대비 4.4%포인트 오른 65.4%였다. 또 무자녀 남녀 중 출산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월(32.6%)보다 5.1%포인트 높은 37.7%였다. 그중에서도 결혼은 했지만 아직 자녀가 없는 이들의 출산 의향이 3월(42.4%) 대비 8.3%포인트 오른 50.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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