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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동 신축 전세 4년 지나자 2억↑
대단지 입주→전세 하락 기미 아직 안보여
20일 오후 찾은 서울시 강동구 고덕로333 ‘고덕 그라시움’의 모습.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박자연·정주원 기자] #.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2019년 ‘고덕 그라시움’ 전용 59㎡ 입주장에 3억7000만원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 2년이 지나고선 5% 오른 가격에 갱신계약을 체결했다. 이씨는 지난해 4년 만기를 채운 시점에서 새로운 계약을 희망했지만, 집주인이 2억원 가까이 오른 5억8000만원의 전세 계약을 제안하며 부담을 느끼고 이사를 택했다.

1만2032가구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지로 불리는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입주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입주가 가까워지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인근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되레 오르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고덕그라시움 전용 84㎡(1836가구) 전세는 지난해 8월 7억6000만원에 거래됐으나 1년이 지난 현재 8억500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가격이 상승했다. 고덕아르테온도 입주 초기 4억5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59㎡ 전셋값이 올 봄 들어 5억9000만원으로 1억원 넘게 뛰었다.

20일 오후 찾은 서울시 강동구 고덕로에는 올해로 입주 5년차를 맞은 신축 아파트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입주 시기가 비슷한 고덕그라시움·고덕아르테온의 입주장에 진입했던 사람들이 4년 만기를 맞은 올해 3월부터 비싼 가격에 재계약하면서 가격은 고공 행진하고 매물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오후 찾은 고덕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정주원 기자]

고덕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올 초 국민평수(전용 84㎡) 기준으로 전세가 6억원대부터 7억원대 초반까지 400건 가량의 폭탄 매물이 나왔는데 재계약하거나 빠진 상황”이라며 “현재는 10건도 채 안 나올 만큼 매물이 귀하고 가격도 8억5000만원 이상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짝수 년도 입주 시기에 맞춰 활발해진 임대차 시장이 해당 년도 하반기와 이듬해에 식는 이른바 ‘신축 사이클’ 때문으로 풀이된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020년 2월 말 입주가 시작된 아트레온의 경우 2년 주기로 2022년 상반기와 올해 3월에 매물이 몰려 쏟아져 나왔다”며 “입주 6년차까지는 보통 신축이라 보는데 10년은 넘어야 사이클이 깨진다”고 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초대형 대단지 입주 예고도 이같은 전세 고공행진 분위기를 잠재우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오는 11월 27일 입주를 예정하고 있다. 통상 1만여 가구 규모 대단지가 입주하면 수천 가구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인근 아파트 전세가격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런 공식이 통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고덕동 공인중개사무소들도 주변 아파트 전세 가격이 꿈쩍도 하지 않아 당황한 모습이었다. 고덕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다시 들어와 사는 경우 아니면 대부분 세입자들이 3월에 재계약했다”며 “좋은 학군·교통·편의시설 갖춘 ‘3.5세대’ 신축 아파트가 더욱 귀해져 전세가가 올라도 재계약하려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재계약 시즌에 높은 금리·낮은 매매가·폭탄 매물 탓에 집주인들이 생각보다 전세가를 많이 높게 받을 수 없었다”며 “올림픽파크 포레온 입주도 4개월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는 돼야 서서히 전세 매물이 풀리고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고덕동 전세가격 고공행진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장의 전세가격이 전체적으로 오른 상황에서 4년 경과 된 세입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이사 비용 절감 등을 위해서 현재 사는 곳에 전세 계약을 연장할 확률이 높다”며 “고덕 신축단지는 고덕 비즈밸리 산단 직원 입주 수요가 확실하기 때문에 현재 흐름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ookapooka@heraldcorp.com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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