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늘어나며 시장 지배력 잃었다”
로보택시 2개월 연기…웨이모·바이두에 밀려
테슬라 매장. [AFP]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름잡던 미국 테슬라에 ‘빨간불’이 켜졌다. 테슬라의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진 데다 자율주행 로보택시 공개 시점까지 연기되면서다.
13일 미국 자동차 분야 리서치 업체인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은 49.7%였다. 지난해 2분기 59.3%와 비교하면 1년새 약 9.6%p 하락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분기 시장 점유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콕스는 2019년부터 관련 통계를 내고 있다. 콕스는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2019년 3분기에 82.5%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테슬라의 신차 판매가 주춤한 반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현대차·기아 등 경쟁사들의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과 관련 “2012년 ‘모델S’를 출시하면서 만들어 낸 시장에서 지배력을 잃고 있다는 신호”라며 “몇 년 전만 해도 테슬라는 경쟁자가 많지 않았고 다른 어떤 회사도 맞설 수 없었지만, 이제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성능은 테슬라와 동등하거나 때로는 능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올해 2분기 세계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4.8% 감소한 44만4000여대였다. 테슬라는 국가별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콕스는 테슬라의 미국 판매량이 2분기 6.3% 감소한 16만4000여대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판매량 감소에 더해 오는 8월로 예정했던 자율주행 로보택시(무인택시) 공개도 미뤄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테슬라의 침체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블룸버그 통신 등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가 2개월 가량 지연됐으며, 이미 내부적으로는 관련 내용이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4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테슬라 로보택시가 8월 8일 공개된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테슬라 주가가 5% 가까이 오를 정도로 시장은 이 기술에 주목했다.
하지만 로보택시 연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11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장 중 한 때 8%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무인으로 주행하며 택시처럼 요금을 받고 승객을 태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번 보도와 관련 테슬라에서는 공식 입장을 별도로 내놓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로보택시 시장에서 빠르게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구글 알파벳의 웨이모와 중국 바이두, 제너럴모터스(GM)의 크루즈 등이 이 시장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웨이모와 바이두는 성과를 내고 있다. 웨이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제한적으로 운영해 오던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를 최근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바이두는 2030년 말까지 중국 100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월가의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인 웨드부시 소속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로보택시 일정 연기 보도가 사실이더라도 테슬라의 AI(인공지능) 및 로봇 기술에 대한 신뢰는 변함없다”며 “다만 단기적으로 주가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