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우원식, 민주당 시키는대로만”…개원식 불참 선언
특검법 가결…김재섭 반대표-안철수 찬성표 던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24시간 경과 후 중단을 요구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4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여야 간 손가락질과 고성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거대 야당 주도의 ‘채해병 특검법’ 국회 본회의 표결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밤새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진행했지만, 24시간이 지나 사실상 강제 종료 수순을 밟으면서다. 필리버스터 종료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국회의장에 항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치하는 사태가 수 십분 동안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표결에 항의하며 퇴장한 뒤 5일 예정된 국회 개원식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을 퇴장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금 전 본회의장이 또 막판에 파행을 보였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경고한다. 샛바랜 더불어민주당의 당원증은 가슴 한켠에서 내려놓으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원내대표는 “꿈에서도 민주당, 자나 깨나 민주당”이라며 “회의 운영을 늘 민주당이 원하는대로, 민주당이 시키는대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원내대표는 “거대야당인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발언 시작 6분 만에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며 “국회의장은 어떤 중재와 제안도 없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표결을 앞두고 있는 법안에 대해 노골적으로 민주당의 입장 대변하는 것도 모자라,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문제까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면서 삼권분립 헌법체계 부정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분풀이하듯 ‘윽박의 장’으로 만드는 민주당과 국회의장의 반성과 태도 변화 없이 국민의힘은 당초 내일로 예정된 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를 탄핵 시도로 국회를 파탄시키는 현실에서 개원식은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다. 개원식 불참을 공식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없는 개원식에 대통령을 초청하는 것도 저희들은 원하지 않는다”며 “국회 개원식에 대통령께서 참석하지 마실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내일 예정된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할 것이며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 |
이는 앞서 진행된 필리버스터가 ‘토론 종결 동의’ 규정에 따라 사실상 강제 종료된 과정을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대정부질문을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 채해병 특검법이 안건으로 상정되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을 첫 주자로 반대 토론에 돌입했다. 21대 국회였던 지난 2022년 4월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에 반발하며 진행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이후 약 2년3개월 만으로, 22대 국회 첫 필리버스터다. 유 의원은 4시간18분 동안 토론을 이어갔고, 이후 주진우 의원(5시간14분)과 박준태 의원(6시간50분)이 배톤을 이어받았다.
여야 충돌은 박 의원에 이어 연단에 오른 곽규택 의원의 발언 도중 일어났다. 토론을 시작한 지 24시간이 경과한 이날 오후 3시50분쯤 우원식 국회의장이 “토론을 마무리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종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곽 의원은 “(종료가 결정되는) 표결을 할 때까지 저도 발언할 수 있다”며 준비한 발언을 이어갔다. 민주당에서는 “작작하라”, “그만하라지 않나” 등의 고성이 쏟아졌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서는 “발언을 멈추면 안 된다”, “계속하라”는 견제가 이어졌다.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의 무제한토론 중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연합] |
우 의장이 곽 의원의 마이크를 끄고 토론을 중지시키자,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를 포함한 의원들이 의장석을 둘러싸고단체로 항의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원식은 물러나라”고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4선의 박대출 의원은 “국회법 해석을 제대로 하시라”고 했고, 3선의 송언석 의원은 “토론이 끝나야 표결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민주당의 박찬대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도 본회의장 앞으로 나와 “예의를 갖추시라”, “정리하시라”고 대치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민주당 의석에서는 “표결하라”는 구호가 나왔다.
우 의장과 추 원내대표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우 의장은 “의사를 정리할 직무가 국회의장에게 있다”며 “토론 종결을 하게 되면 이렇게 오래한 적이 없다. 국회법을 충분히 검토하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법 소책자를 든 추 원내대표는 “조기 종료한 적 없지 않냐”며 “발언 시간을 보장해주셔야 한다”고 재차 항의했다. 우 의장이 “종결시킨 게 아니고 중지시킨 것”이라며 “부결이 되면 계속 (필리버스터를) 하시는 것”이라고 말했을 때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격한 항의가 터져 나왔다. 3선의 이만희 의원은 “법안 자체가 여야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해서 올린 게 아닌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채해병 특검법은 이날 오후 5시55분쯤 재석 190인 중 찬성 189인, 반대 1인으로 표결이 완료돼 본회의를 통과했다. 반대한 1인은 초선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다. 지난 4·10 총선 이전 채해병 특검법 찬성 입장을 밝혔던 김 의원은 본회의장에 들어와 반대표를 던지고 퇴장했다. 반면 4선의 안철수 의원은 이날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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