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 민주주의·풀뿌리 민주주의 명분에 공감대
고비용 정치구조·정치자금 형평성 대립…후원금 한계론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연합,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만 20년 만에 정당 정치사에 ‘지구당’이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가 중앙당의 지역 하부조직이었던 ‘지구당 신설’을 허용하는 ‘입법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다.
지구당 제도는 지난 2004년 ‘고비용 정치구조 유발’, ‘사당화 우려’ 등의 비판을 받으며 폐지됐다. 하지만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는 ‘지방자치시대의 민주주의 실현’, ‘정치자금 형평성’ 등이 거론되며 지구당 부활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으며 사려졌던 지구당이, ‘지역 정치자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등에 업고 재등장을 시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지구당 부활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을 붙였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당원 콘퍼런스 행사에서 “지구당 부활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고,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총선 당선·낙선인들을 만나 지구당 부활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와 한 전 위원장의 한 목소리로 지구당 부활을 옹호하자, 지구당 부활을 위한 입법도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21대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를 지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국회 개원 첫날인 이날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지구당 부활 내용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김 의원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막고, 당원 중심의 정당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지구당 부활은 필요하다”며 “당 지도부에 당론 채택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정치인들의 정당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구당 부활’ 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고 밝힌 상태다.
윤 의원은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지역당을 부활시키고 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하는 지역정치 활성화법(정당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 차원에서도 ‘지구당 부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지구당 부활에 대해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한 차례 짧게 논의된 바 있고, 비대위원장께서 당에서 내용을 검토하라고 말했다”며 “검토 내용에 따라 검토 결과가 나오면 원내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으로 폐지 시켰던 지구당 제도를 다시 도입한다는 것은 ‘시대 역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구당 부활에 대해 “정치개혁에 반한다”고 말했다.
정당 격차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구당 운영을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국고보조금, 당비 등으로 자금력이 확보된 거대 양당과 의석 수는 물론 자금력에 한계가 큰 군소정당 간의 불균형이 ‘지역 정치’에서도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지구당 부활의 핵심 논리 중 하나인 ‘비현역 국회의원의 정치 활동 지원’이라는 측면에서는 ‘현실적 한계론’이 만만치 않다. 지구당 부활로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 정치인이나 정치 신인들이 후원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실제 후원금 모집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한 야당 의원은 “지구당을 만들면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후원이 가능해 정치 신인이나 원외 인사들의 정치 활동을 도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현장에서는 국회 의원이 아닌 사람한테 후원금을 보내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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