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중에도 누군가 먼저 이야기해야”
3선 성일종·이철규·추경호 등 후보군
흥행 실패 위기감-이철규 불가론 반감에
중진 위주 출마 독려 분위기 급부상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구인난에 5월 9일로 연기된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수도권 주자 송석준(경기 이천) 의원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충청의 이종배·성일종 의원, 대구 추경호 의원 등이 막판 고심 중이다. 침묵하던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3선·4선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자성이 나오면서, 후보등록일(5일)까지 복수의 후보 출사표 던질 것으로 보인다. 친윤 핵심으로 요직을 맡아 와 ‘불가론’에 부딪혔던 이철규 의원의 결단도 주목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4선에 오른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3일 중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한다. 이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출마 선언이든 아니든 오늘 중으로 결심을 하려고 한다”며 “전부 서로 눈치만 보는 것 같아 4선 중에서도 누군가 먼저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4선 당선인 일부는 전날 한기호 의원 주도로 모임을 갖고 후보 추대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4선 당선인 중에서는 앞서 불출마 의사를 밝혔던 김도읍(부산 강서구) 의원과 김태호(경남 양산을)·박대출(경남 진주갑) 의원 등이 여전히 주자로 거론된다.
3선 당선인 10여명도 전날 본회의 직후 모임을 갖고 추가 출마를 독려했다.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장인 이양수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이 어려울 때이니 4선 의원도 많이 나오고, 3선도 형편이 되는 사람은 나와서 흥행을 시키고, 당 활기를 일으켜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3선 당선인 중에서는 성일종(충남 서산·태안)·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추경호(대구 달성) 의원 등이 후보군에 오르내렸다. 최근 TK(대구·경북) 주자로 급부상한 추 의원은 전날 경북 현역 모임에도 잠시 참석해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송언석 의원과 기획재정위원장인 김상훈 의원은 불출마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주자들이 레이스에 합류할 경우 후보 구도는 ‘중원 대 영남’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다만 한 경북 지역 의원은 통화에서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들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지역만으로 갈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도 “수도권과 충청 의석 수가 (영남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지역보다 비전과 협상력 등 후보 역량이 최우선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유력 주자로 거론되다 일부 반발에 직면한 이 의원의 출마 여부는 변수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배현진 의원 등은 총선 국면 당 인재영입위원장, 공천관리위원을 지낸 이 의원의 불출마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이 의원은 3선 당선임 모임에서 “출마하겠다고 말한 적도 없는 사람에게 불출마를 강요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왜 자꾸 있지도 않은 일을 가정해 가지고 사람을 공격하고, 궁지로 몰아넣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 내에선 이 의원을 포함해 다수의 주자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중진들의 침묵 속에 한 차례 연기된 이번 선거가 흥행 실패로 끝나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다. 이철규 불가론이 작년 3·8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전 의원을 겨냥했던 연판장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3선 당선인은 “왜 출마도 안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출마하지 말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누구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폭력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soho0902@heraldcorp.comnewk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