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커피 G7 [네이버블로그 캡처]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구수하고 텁텁한 맛, 베트남 커피 좋아했는데…”
가성비에 개성있는 맛으로 베트남 여행 단골 선물이던 베트남 커피 G7.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믹스커피 다섯 손가락 안에 들던 이 커피가 귀한 몸이 될 전망이다. 베트남 커피가 최근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어서다.
이같은 역대급 가격은 유례 없는 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던 지난해, 이상 고온과 극심한 가뭄을 커피가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잠시 가격이 오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커피 생산 자체가 줄어들 거란 불안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런던선물거래소 14일(현지시간) 커피 원두 품종 로부스타의 선물가격이 t당 3969달러로 마감했다. [인베스팅닷컴 캡처] |
베트남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커피 원두는 ‘로부스타’로 전세계 생산량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 로부스타의 가격이 t당 4000달러에 육박했다. 런던선물거래소 14일(현지시간) 로부스타 선물 가격은 t당 396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4.62%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전 지구를 강타했던 엘니뇨의 영향이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의 표층 수온이 평년에 비해 높아지는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가뜩이나 상승하고 있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특히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은 엘니뇨의 직격타를 맞는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태평양 연안에서 동남아시아로 부는 무역풍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이상 고온과 극심한 가뭄이 발생한다. 지난해 발생한 엘니뇨는 4년 만에 발생하면서 강도가 유난히 셌다.
[베트남인베스트먼트리뷰] |
로부스타는 커피 품종 중에서는 비교적 생육 조건이 무던한 편이다. 스타벅스 등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주로 사용하는 고급 품종 아라비카가 연중 기온이 15~24도가 유지돼야 하지만, 로부스타는 24~30도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대신 로부스타 재배에 필요한 건 적절한 습도다. 아라비카가 습도 60~75%를 갖춰야하는 반면 로부스타는 습도 80~90%가 유지돼야 한다. 다른 품종 대비 강수량이 더 필요한 로부스타에 엘니뇨는 치명적인 재난이었던 셈이다.
베트남 학계에서는 커피 산업의 어두운 미래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다. 지난 몇년 간 베트남의 건기가 길어지고 농업용수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베트남국립대학교의 2021년 연구에서 “커피는 특히 씨앗이 열매를 맺는 1~4월 물에 매우 민감하다”며 “충분한 농업용수 없이 베트남 커피 산업은 유지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커피엑스포에서 참관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
생산성에 큰 타격을 입은 베트남 농가들은 피해를 줄이려 커피 재배에서 발을 빼고 있다. 작황이 들쭉날쭉하니 환금작물로서 커피의 매력이 반감돼서다. 인도 일간지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베트남 커피농가들은 대신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수요가 높은 두리안이나 후추, 견과류 등으로 작물을 바꾸고 있다.
커피기업들도 이에 대비 중이다. 베트남 커피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사들이는 글로벌 커피 브랜드 네슬레는 베트남 커피농가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2022년부터 2030년까지 약 12억 달러를 투입하기도 했다.
커피 가격이 단순 오를 뿐 아니라 아예 멸종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호주기후연구소는 기후변화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2050년까지 세계 커피 재배 지역의 절반이 사라지고, 2080년에는 야생 커피까지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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