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일초 4학년 이예솔 어린이가 국내 최초 기후소송 공개변론을 앞두고 헌법재판소 재판관에게 쓴 편지. [기후미디어허브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재판관님, 이번 재판엔 환경 정책에 대한 재판을 해주세요”

삐뚤빼뚤한 연필 글씨 사이로 하트와 지구, 온도계, 나무 등을 그려 넣은 손 편지. 서울 구일초등학교 4학년 3반 이예솔 어린이가 지난 11일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편지를 썼다.

이예솔 어린이는 “요즘 점점 기후 변화가 심해지고 있어요”라며 “지구가 1도씩 올라갈 때마다 온갖 자연재해가 일어난대요”라고 적었다.

이중에서도 이예솔 어린이가 밑줄과 방점을 찍은 대목은 ‘환경 정책에 대한 재판’이다. 예솔 어린이는 “그러니까 재판관님, 이번 재판에 환경 정책에 대한 재판을 해주세요”라며 응원을 전했다.

2020년 3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센터포인트에서 청소년기후대응이 정부 기후대응 정책에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이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이야기하는 재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기후소송 공개변론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소년 및 시민단체, 정당, 영유아 등은 4차례에 걸쳐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따른 공개변론이다.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열리는 건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첫 소송이 제기된 지 4년 만인 지난 2월 4건의 소송을 병합하고, 공개변론 시일을 확정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한 온실가스의 40%를 줄이기로 법률로 정해뒀는데, 이 목표가 너무 낮아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게 각 소송의 취지다.

특히 영유아와 청소년들이 기후소송의 주체로 전면에 나섰다. 4개 소송의 청구인은 총 255명인데 이중 3분의 1 가량인 81명이 소송 당시 청소년 또는 영유아였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가 정해진 탄소예산을 과도하게 소진하는 탓에 2030년 이후를 살아갈 세대에게 탄소 감축 부담과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전가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022년 6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아기기후소송단 [아기기후소송단]

지난해 8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가 담긴 탄소중립기본법 및 시행령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늦어도 올해 안에 나올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달 1차 공개변론과 다음달 2차 공개변론 이후 2~4개월 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경우, 국회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높이는 방향으로 탄소중립기본법 및 시행령을 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의 윤세종 변호사는 “우리는 지금 미래 세대의 권리를 끌어다 소진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다수에 의한 소수 권리의 침해”라며 “이와 같은 침해를 막는 것이 헌법재판소 본연의 역할이자 책무”라고 밝혔다.

기후미디어허브는 “기후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원고뿐 아니라 모든 시민에 영향을 미친다”며 “기후소송 원고단은 기후변화를 염려하고 헌법재판소의 긍정적인 판결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공개변론 전날까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보내는 ‘손 편지’를 받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