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격 돕지 않을 것”
이란도 종식 원하는 눈치…민간인 시설 제외 등 수위 조정해
14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한 후 대(對) 미사일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이란의 대규모 보복 공습 뒤인 14일 오후 세 시간이 넘는 논의를 벌이고도 대응방침을 확정하지 못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섣불리 재보복에 나서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 방송매체 알자지라를 비롯한 외신들은 미국과 서방 관리들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이란에 대한 반격을 선호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다만 언제, 어떻게 반격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하라”며 미국은 전쟁이 확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란에 대한 어떠한 공격에도 미국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안보리 회의에 출석해 “중동은 벼랑 끝에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파괴적인 전면전의 실제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지금은 (각 국이) 진정하고 긴장을 완화하고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일 이스라엘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2명을 포함한 7명을 숨지게 했고, 12일 뒤인 13일 밤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에 300개가 넘는 드론(무인기)과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 공격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이 전혀 대응하지 않거나 너무 약하게 대응하는 것도 (이란에 대한) 억제력을 약화시켜, 이스라엘과 그 밖의 국가들을 향후 이란의 공격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해 어떤 수준이든 보복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으로부터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이스라엘 아이언 돔 방공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AP] |
이란도 가자지구에서의 전쟁 종식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 이란 대표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 문제(이스라엘의 이란 재보복)는 종결됐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이스라엘이 행동을 취할 시엔 상당히 더 강력한 대응이 있을 것이며 미국은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NBC방송은 이란이 미군 및 민간인 시설을 빼고 이스라엘 군 기지 타격에 집중하는 등 나름대로 수위를 미세 조정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도 자국 영사관 피습 후 12일 만에 보복 공격에 나선 것은 이스라엘과 미국 등에 충분히 시간을 준 측면도 있다. 이스라엘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무인기와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것도 더 이상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란의 심중이 엿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13일 밤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이 있기 전 이란은 이스라엘을 한 번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이란은 시아파의 세가 강한 시리아·이라크·레바논 무장 세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을 견제하고 중동 내 영향력 유지를 꾀했다. 미 국무부는 2019년 이란이 돈세탁 등을 통해 헤즈볼라에 지원하는 액수가 1년에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란의 국방력이 중동 지역에서 최강으로 꼽히는 이스라엘과 맞먹는다는 의견도 나오면서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 없이 단독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스라엘과 우방국의 방어와 별개로 이란은 5시간 동안 이어진 공격에서 자국 무기가 과거보다 강력해졌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성과를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란이 로켓 추진력으로 날아 목표물에 떨어져 폭발하는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공격한 점에 주목하면서 “이란의 공격이 정교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안보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이 또다시 미국의 자제 요청을 무시하고 공격을 감행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자지구에서의 6개월간 지지부진한 전쟁 끝에 소원해진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이란 공습을 계기로 훈풍이 불었으나 재보복을 단행할 경우 다시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