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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내에서는 이란에 대한 재보복 의견이 우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그의 정치적 라이벌인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 그리고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의 3인을 주축으로 하는 전시내각은 14일(현지시간) 오후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 회의에선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고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보복을 포함한 대응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한 직후 해당 안건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공격한다면 중동 전쟁으로 확전할 수 있다며 보복을 만류해 왔다.
하지만 실제 회의장에서는 참석자 다수가 이란에 대한 재보복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전시내각이 재보복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대응의 시기와 강도를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고 전했다.
큰 피해가 없었다고는 해도 무려 350발의 자폭 드론(무인기)와 미사일을 퍼부은 이란의 행동에 아무런 대응 없이 넘어갈 수는 없다는게 전시내각 각료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작년 10월부터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서도 하마스의 편을 들고 나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산발적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 수가 3만3천명을 넘어서면서 국제사회의 '왕따'로 전락했을 뿐 아니라 최대 우방인 미국조차 확전을 부를 재보복을 자제하라며 압박을 가해오는 상황이다.
전시내각 구성원인 간츠 대표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적합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란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며 즉각 보복에 선을 그은 건 이런 상황을 고려해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스라엘 극우연정내 주요인사들은 신속히 강경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전시내각을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대표적 극우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제 우리는 (이란에 대한) 치명적 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22년 12월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을 도운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벤-그비르 장관은 자신 등이 주도하는 극우성향 정치연합 독실한시온주의자당이 지지를 철회하면 연정이 붕괴한다는 점을 지렛대 삼아 작년 10월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지속적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노선을 택하도록 압박해 왔다.
다만 집권여당인 리쿠드당 내에서도 신속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분위기다.
리쿠당 소속인 탈리 고틀립 크세네트(의회) 의원은 "정부가 이란에 대한 공격으로 대응해 억지력을 회복할 책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스라엘국의 미래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면서 "이란을 공격하지 않고 흘러가는 매 순간이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미키 조하르 문화체육부 장관도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뱀의 대가리(이란)에 느슨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내 소식통은 아직 결정이 나진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분명히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네타냐후 총리가 조만간 전시내각 회의를 재소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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