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 106선 상회...신흥국 대응 고심
각 국 화폐 [로이터] |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정 위기가 확산되는 데다 인플레이션 둔화 지연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가 미뤄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이에 신흥국 통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각국 금융 당국이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발표된 미국의 물가지표에서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을 확인한 가운데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리스크 회피처로서 달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각) 분석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연초 102.2에서 지난 12일 106.04로 크게 뛰어올랐다.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우려가 나오고 중동 분쟁 확전 가능성이 제기된 후 4거래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신흥국 통화를 매도하고 안전자산인 달러를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는 반대로 크게 하락했다.
12일 기준으로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6.3% 하락한 것을 비롯해 태국 바트(-6.7%), 브라질 헤알(-4.6%), 필리핀 페소(-2.0%), 중국 위안화(-1.9%) 등 대다수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했다. 3.2% 가치가 오른 멕시코 페소 정도가 주요 신흥국 가운데 달러 대비 가치가 상승한 유일한 통화로 꼽혔다.
각국 금융 당국은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 10일 회의를 열고 “외환 시장 변동성을 계속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중앙은행은 환율 안정을 위해 이날 회의를 통해 금리를 동결했다. 금융 정책 완화 필요성을 강조해온 스리타 타비신 태국 총리의 바람과는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앞서 4일 폴란드 중앙은행 역시 자국 통화 즐로티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통화 가치를 지키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르셀라 차우 JP모전 자산운용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현재 우리는 여러 중앙은행의 구두 개입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조만간 정책을 완화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시아 통화를 중심으로 추가 가치 하락이 있을 수 있으며 중앙은행들은 보다 많은 개입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달러를 내다 팔고 자국 통화를 매입하면서 가치를 떠받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일 루피아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페리 와르지요 인도네시아은행 총재는 “올해 환율 시장 개입과 고수익 증권 매각이 통화 가치를 뒷받침하는 주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루피아화의 가치는 달러당 1만5963루피아로 2020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펀드들이 1분기 인도네시아 채권에서 약 17억달러를 인출하는 등 글로벌 자금 이탈이 가속화된 결과다.
페루 중앙은행 역시 자국 통화의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최근 몇 달 동안 수차례에 걸쳐 달러를 내다 팔았다.
폴 맥켈 HSBC홀딩스 글로벌 외환 리서치 책임자는 “인플레이션의 라스트마일(목표에 이르기 전 마지막 구간)이 미국 뿐 아니라 여러 경제에 어려움으로 닥치고 있다”면서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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