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개기일식에 맞춰 미국 오하이오주 트렌턴에서 열린 대규모 합동 결혼식. [AP]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미국에서 7년 만의 개기일식이 관측된 8일(현지시간) 커플 수백 쌍이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며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도시에서 대규모 결혼식이 열렸다.
남부 아칸소주 러셀빌에서는 '일로프 앳 더 이클립스'(Elope at the Eclipse)라는 이름의 대규모 합동 결혼식 이벤트가 열렸다. '일로프'(Elope)란 사랑하는 사람과 눈이 맞아 함께 달아나는 것을 뜻한다.
이 행사에는 모두 358쌍의 커플이 참여해 이날 오후 개기일식으로 하늘이 완전히 깜깜해지기 직전에 결혼식을 마쳤다. 이날 현지시간으로 점심때쯤 시작된 개기일식은 4분여간 이어졌으며, 이 시간 동안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 하늘이 온통 깜깜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15년간 사귀어온 애슐리 스미스와 게리 크네벨은 2017년 결혼식을 올리려다 스미스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한 차례 미뤘고, 이번 개기일식에 맞춰 결혼하기로 했다. 이날 결혼식을 앞두고 스미스는 CNN에 "내가 결혼하는 순간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고, 크네벨은 "어둠의 순간이 가장 기대된다"고 했다.
멤피스 출신의 유치원 교사인 미리엄 맥시(34)는 결혼식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던 중 페이스북에서 러셀빌 결혼식 광고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고 NYT에 말했다. 평소 천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맥시는 "작년 내 휴대전화의 메모를 보니 '4월 8일 일식을 잊지 말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날 내가 결혼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이렇게 높은 에너지가 발산되는 날에 (결혼식의) 에너지가 클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8일 아칸소주 러셀빌에서 열린 개기일식 축제에서 진행된 합동결혼식에서 커플들이 개기일식 현상을 관측하고 있다. [AFP] |
이날 개기일식 관측 경로에 있는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 티핀에서도 무료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이 지역 상공회의소 임원 브라이스 릭스는 지난 3월 말 등록이 마감될 때까지 150쌍의 커플이 참가 등록을 했다고 전했다. 릭스는 "(참가자의) 10%가 지역 주민이고 나머지는 여행을 온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결혼식을 하러 이동한 거리는 총 1만6600마일(약 2만671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개기일식 관측 지역 인디애나폴리스에서도 여러 건의 야외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결혼한 신랑 재크 호럴(27)은 "사람들이 일식을 볼 수 있도록 데려오니 (결혼식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 덜어졌다"며 "그들이 우리 커플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어서 좋다"고 말했다. 신부인 코를런 맥컬럼(21)은 "결혼식을 이런 이벤트와 연결하면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월요일은 통상 결혼식 날짜로 선호되는 요일이 아니지만, 이날 결혼식 서비스 웹사이트 '더 나트'(The Knot)에는 약 750건의 결혼식이 등록돼 1년 전 같은 요일의 2배가 넘는 수준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개기일식을 바라보면서 약혼을 하는 커플도 있었다.
CNN이 이날 버몬트주 스토우에서 개기일식을 생중계하던 중에 한 남성이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여성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다.
미국 버몬트주 스토우에서 관측된 개기일식. [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