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노동력·도시·공장 설립 등 목표 달성하면 가능성 있어”
“도시 개발과 극단적 교육 수준 평준화해야”
지난 2일 인도 콜카타의 한 거리 모습 [EPA]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인도가 2028년에는 세계 최대 경제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블룸버그 예측이 나왔다.
8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가 인프라 구축, 노동력 확대, 도시 개발, 고용을 창출할 공장 유치 등 네 가지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목표를 달성한다면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대한 기여도에서 예상보다 빨리 중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8일 전망했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1970년대 후반 개혁·개방정책 실시 이후 30년 동안 연평균 10%대를 기록하며 세계 경제 성장의 동력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위기와 미·중 기술 전쟁 등이 심화되면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반면 인도의 주식시장은 호황을 누리며 외국인 투자를 흡인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14억 인구를 노리고 세계 각국 정부는 인도의 새로운 무역협정 파트터가 되길 원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기본 시나리오에 따르면 인도 경제는 2030년까지 9%로 가속화되는 반면 중국은 3.5%로 둔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인도는 2028년까지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5년간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6.5%에 머물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더라도 2037년에 인도가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 측면에서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콜카타의의 상업용 건물 건설 현장에서 건설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로이터] |
블룸버그는 인도의 더 빠른 경제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로 도로·철도·공항·항만 등 새로운 사회기반시설 구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지난해까지 148개의 공항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220개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의 인프라에 대한 정부 예산은 5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해 2025년에는 11조루피(약 178조8600억원)를 넘어섰으며, 주정부의 지출을 포함하면 20조루피(약 325조2000억원)를 넘어설 수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30년까지 철도, 도로, 항만, 수로 및 기타 주요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143조루피(약 2320조원)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프라 투자로 교통망이 갖춰지면 물류 비용이 줄어 무역이 용이해지며 기업의 입점 증가로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 노이다에서는 현재 전자 공장이 지어지고 있으며 이는 과거 중국 제조업의 혁신 거점지구였던 선전특구의 급격한 발전과도 유사한 모습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인도 업체 딕슨 테크놀로지스는 노이다에 100만평방피트 규모의 휴대폰 조립 공장을 착공했다. 현장에는 200여명의 근로자들이 공장을 짓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산 부품을 이용해 조립하는 경우가 많다. 딕슨의 바차니는 “우리가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인도는 생산량을 늘리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모바일 기기 부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다. 모디 총리는 섬유, 가죽, 엔지니어링 산업 등에도 수입 관세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인도의 제조업 역량 확대는 성장을 촉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서비스 부문은 일자리를 충분히 창출하지 못하고 일반적으로 교육 받은 노동력을 고용해야 하는 반면, 제조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저숙련 노동자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델리 싱크탱크인 경제성장연구소의 사비야사치 카르 교수는 “농업 부문에는 대규모의 잉여 노동력이 있다”라며 “(제조업이) 이 사람들을 농업 부문에서 대규모로 고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선진국과 중국의 은퇴하는 공장 근로자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인구가 많은 유일한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020년부터 2040년까지 중국과 세계 선진국에서 약 4860만명의 중간 숙련 근로자가 은퇴할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인도는 3870만명의 근로자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디 총리는 제조업체 생산력 확대를 위해 세금 감면, 리베이트, 자본 지원과 같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 부흥을 위한 수년간의 노력에도 지난해 인도 GDP 생산량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8%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26.4%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인도의 제조업 부문이 꾸준히 3%p 이상 성장하더라도 2040년까지 모디 총리의 목표인 제조업 점유율 25%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3월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 |
인도의 주요 장애물 중 하나는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22년 인도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5.4%로 중국의 76%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성의 경우 이 수치는 더욱 낮아지는데, 인도의 노동 가능 연령 여성 중 3분의 1 미만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알렉센드라 헤르만은 “인도는 극단적이다”라며 “인도에는 아이비리그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들과 연구소가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다른 지역 국가들과 비교할만한 인적 자본 수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시 인구 비율이 낮은 것도 문제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인도의 도시 거주자들은 전체 인구의 36%인 반면 중국은 64%다.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수십 년의 도시화 과정이 필요하다.
산타누 셍업타 골드만삭스 인도 경제학자는 “인도에는 훨씬 더 많은 도시가 필요하다”며 “철도망 확충, 공항 인프라 개선 등 도시의 상호 연결성 측면에서 이미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물과 교통, 그리고 대규모 주택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정책 입안자들이 더 나은 기능을 갖춘 도시에 더 많은 주택을 건설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아 이들이 제조업에 종사할 수 있다면 인도는 전세계 수요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중국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