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盧, 17대 대선 앞두고 “열린우리당 도와달라”
2022년 朴, 대구시장 선거 앞두고 “유영하 변호사 후원하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지수 창원의창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창원대학교 교정을 산책하며 시민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파란 점퍼를 입고 연일 선거 지원에 나서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문 전 대통령과 같이 광폭 행보를 보인 대통령은 처음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중이든 임기가 끝난 후든 특정 정당 등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나 행보는 선거 개입이 아니냐며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원에 나섰다. 지난 1일에는 배재정 부산 사상 민주당 후보, 이재영 경남 양산 민주당 후보를 찾았고, 2일에는 김태선 울산 동구 민주당 후보, 오상택 울산 중구 민주당 후보, 전은수 울산 남구 민주당 후보를 지원했다. 3일에는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찾아 박인영 후보와 만났다. 4일에도 허성무 창원 성산 민주당 후보, 김지수 창원 의창 김지수 후보를 지원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에는 사전 투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말하자면 현 정부를 정신 차리게 해야 하는 선거”라며 “유권자들께서 투표를 통해서 심판 의지를 표출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성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파란 점퍼를 입고 선거에 등판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원 유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대구의 한 시장을 찾아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참여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지난 3일 돌연 취소한 바 있다.
이번 총선에 공식적으로 등판하는 대신 지난 3월 26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남은 가졌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예방 후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정 전반과 현안들, 그리고 살아온 이야기들이라던가 여러 가지 이야기들에 대해 굉장히 좋은 말씀을 들었다"며 "따뜻한 말을 많이 해주셨고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최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서해 수호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나는 걸 봤다며 경제도 어렵고 나라도 어려운데 위기일 때 뜻을 모아서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고 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6월 1일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변호사에 대한 공개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유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영상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다 이루지 못했지만 못다한 꿈들을 저의 고향이자 유 후보의 고향인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하여 이뤄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저는 작은 힘이나마 보태 유 후보를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별다른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지난 3월 25일 천안함 묘역을 참배한 이 전 대통령은 “예전에는 여야 대립 하에 선거가 치러졌는데 지금은 너무 확고한 이념의 대립이 상충하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며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크게 발전하고, 세계도 우리를 그렇게 보고 있는데, 앞으로는 국민 분열이 아닌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2일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주최한 강연에 참여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총선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다. 국민이 판단을 잘하시리라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나 행보를 보이면 논란이 벌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난 2007년 1월 25일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해서 새 당을 만들고자 하는 여러분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하자”며 “열린우리당은 시대적인 과제를 가지고 뜻을 모아 만든 정당인데 제가 부족해서 밉더라도 열린우리당 같은 당 하나 키워야 한다. 모든 잘못을 용서하고 나와 결부짓지 말고 도와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탈당하라면 내가 나갈테니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의 허물을 덮어주고 도와달라고 한 것은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은 제15대 총선에 민주자유당 총재 자격으로 지원유세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선거법에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반발했다. 이 뿐 아니라 2002년에는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내가 대통령일 때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로 임명한 인물”이라며 “한나라당에는 과거 야당시대부터 내 밑에서 일을 해온 정치가가 많고 나는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민주당은 “IMF로 국민에게 고통을 준 과거 특권세력이 결집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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