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두, 챗GPT 대항마 ‘어니봇’ 출시
美, 中과 AI 패권 다툼…日과 협력도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화웨이 신제품 출시 행사에 참석한 소비자가 구매한 화웨이 제품을 들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중국이 인공지능(AI) 시대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기술 굴기’를 펴고 있다. AI 반도체, 생성형 AI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를 긴장시키는 AI 강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고강도 제재를 펼치면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대표적인 표적이 됐다. 지난 2019년 미국 상무부의 거래 제한 기업에 오른 뒤 5G 칩을 공급 받지 못했음에도 화웨이는 약 4년 만인 지난해 8월 자체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서(AP)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이번 달엔 생성형 AI 음성 비서 기능을 탑재한 새 스마트폰도 출시할 예정이다.
AI 기술은 휴대폰, 로봇청소기부터 시작해 자율주행차, 방위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만큼 미래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다. 중국은 과거 안면 인식 등 정부가 국민을 감시하기 위해 육성한 기술을 바탕으로 AI 산업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화웨이의 AI 칩 ‘어센드910B’은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에 필적할 정도의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애 따르면 미국 시장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화웨이의 AI 반도체 어센드910B는 알고리즘 처리 성능에서 엔비디아 A100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며 이론적으로는 우위에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도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화웨이를 최고 경쟁업체로 지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한 바 있다.
미국이 AI 칩 수출을 제한하면서 중국 내에서는 대체품으로 어센드910B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바이두에 1600개의 칩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올해 초까지 최소 5000개의 수주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제재가 역설적으로 중국이 AI 칩을 자급자족하게 만든 셈이다.
화웨이의 생성형 AI 모델 ‘판구’도 중국 음성인식 회사, 유럽 기상예보센터 등에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앤드류 응 바이두 인공지능연구소장(왼쪽)이 2017년 1월 TV쇼 ‘슈퍼 브레인’에 출연해 바이두의 인공지능(AI) 로봇 ‘샤오두’를 소개했다. [바이두] |
중국 최대 검색 엔진 기업 바이두는 AI 챗봇 ‘어니봇’을 앞세워 입지를 다지고 있다.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 등 자사 기기에 어니봇을 탑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니봇은 바이두가 오픈AI ‘챗GPT’의 대항마로 내놓은 생성형 AI다.
삼성전자도 중국에서는 구글 ‘제미나이’ 대신 어니봇을 AI 탑재한 갤럭시S24 시리즈를 출시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AI에 의해 생성된 드라마가 최초로 나오기도 했다. 중국미디어그룹(CMG)은 AI가 대본부터 더빙까지 전적으로 제작한 드라마 ‘중국신화’를 지난달 보아오포럼에서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과학기술혁신전시회에 로봇들이 전시돼 있다. [신화통신] |
중국이 AI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대(對)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 대상이 되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 명단을 작성 중이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명단이 공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기술 대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만 AI 장비업체들에 중국 외에서 생산을 늘리도록 요청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에 폭스콘을 비롯한 대만 제조업체들은 중국을 떠나 멕시코로 향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오는 10일 일본과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AI와 반도체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 대만과 반도체 연대를 조성한 가운데,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둘 다 높아 한 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4월 1일 중국 선전 국제금융센터에서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로봇 핑안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통신] |
미국의 견제에도 중국은 AI 산업에서 양강 국가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영국 토터스인텔리전스가 발표하는 ‘글로벌 AI 지수’에서 중국은 지난해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아직 미국과 AI 기술에 격차가 있지만 1~2년 안에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최대 사이버 보안업체 치후360의 창업자이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저우훙이는 “중국이 GPT-4를 뛰어넘는 거대언어모델을 만드는 건 현재로선 어려울 수 있지만 몇몇 수직적(특정 산업) 분야에서 GPT-4를 뛰어넘는 것은 완전히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격차가 있다고 보고, 항상 그렇게 주장해 왔다”면서도 AI 신기술이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격차는 1~2년이면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우 위원은 “일단 방향이 결정되면 중국 기업들의 학습 능력은 매우 빠르다”며 “특히 주변에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발표하거나 공개적으로 연구 성과를 출판하면 중국 연구팀이 따라잡는 건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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