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스웨덴 국기 게양식.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미국의 50번째 주(州)인 하와이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집단방위 대상이 될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하와이 진주만의 미군 해군기지나 호놀룰루 북서부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공격받을 경우 나토 회원국들이 이 지역의 방어에 나설 의무가 없다.
나토 조약 5조는 ‘어느 체결국이든 공격받을 경우 그것을 전체 체결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규정하고 있다. 나토의 근간인 집단 방위 원칙이다. 하지만 6조에선 지리적 범위를 제한했다. 모든 섬 영토가 북회귀선 북쪽에 있는 북대서양에 있어야 한다. 이를 적용하면 하와이는 나토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하와이에 있는 싱크탱크 퍼시픽포럼의 데이비드 산토로 회장은 “사람들은 하와이가 미국의 일부여서 나토의 보호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하와이가 나토 조약 5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확인했지만 조약 4조를 발동하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4조는 ‘동맹국은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때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집단방위를 동맹국들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토는 CNN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와이도 방어 대상이 되도록 나토 조약을 개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모든 회원국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1949년 나토 출범 이후 글로벌 안보 정세가 많이 달라진 만큼 인도·태평양 정세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와이의 미군 기지는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고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도 불사하겠다는 중국에 맞서 방어를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2022년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기 위한 전쟁의 일환으로 하와이에 있는 미국 지휘 통제 시설을 공격하는 시나리오로 워게임(가상전쟁)을 진행하기도 했다.
퍼시픽포럼의 인도·태평양 외교 및 안보정책 프로그램 책임자인 존 헤밍스는 하와이가 나토의 방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이같은 중국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억지력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태평양 미국령 괌까지 나토의 우산 아래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괌에는 B-1, B-2, B-52 전략폭격기를 출격할 수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가 있다.
하와이나 괌이 공격받을 경우 나토 조약의 기술적인 문제보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깊고 변치 않는 유대가 방어에 훨씬 더 중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브뤼셀 거버넌스 스쿨의 루이 시몽 안보외교전략연구센터 소장은 “이런 공격이 있을 경우 미국은 주로 역내 동맹국들과 연합해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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