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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후진 재건축법에 日 노후아파트 절반이 ‘빈집’
日총무성 “전국 빈집 848만 세대”
관리 부실로 수도 끊기기도
일본의 빈집 [헤럴드DB]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고령화에 따른 빈집 현상이 심각한 일본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재건축법이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전국의 빈집 중 절반 이상이 맨션(아파트)을 포함한 공동주택으로 나타나 재건축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 848만세대 중 56%가 교외에 지어진 공동주택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고도 성장기에 급증하는 주택 수요를 맞추기 위해 교외에 공동주택을 대량 공급했지만, 공사비 부담 때문에 재건축을 미루며 세대의 절반이 공실로 남아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02년 용적률 제한을 완화하는 등 노후 맨션에 대한 재건축 요건을 완화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일본 국토교통성(국교성)에 따르면 2003년 이후 20년 동안 재건축 실적은 2023년 기준으로 누계 114건으로 한해 평균 5건에 그쳤다.

일본 정부가 재건축에 진척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면적 요건’ 등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에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일본의 재건축 제도는 재건축 후에 한 세대 당 50㎡(약 15평)으로 4인가구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1인 가구 등의 증가로 2018년 기준으로 한 세대 당 평균 입주자 수는 2.35명으로 지어진 지 40년 이상 된 맨션 중 ‘50㎡ 이상 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주택은 약 20%에 달했다.

이에 더해 소유자에게 가해지는 비용 부담도 일본인들이 재건축을 선호하지 않는 원인이 됐다. 일본은 대단지 개발 형식이 아니라 평균 100세대 미만의 소규모 맨션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용적률의 여유가 없어 사업성이 떨어진다. 결국 재건축 시 소유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

국교성은 재건축에 드는 1인 평균 부담액이 1996년 344만엔(약 3064만원)에서 급격한 건설 비용 상승과 자재 수급난으로 2017~2021년에는 1941만엔(약 1억7300만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123RF]

또 재건축을 설득하기 위해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따른다. 재건축을 하지 않았을 경우 소요되는 유지보수 비용이 재건축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현저하게 많다는 입증을 해야 하지만 쉽지 않고, 노후 맨션의 거주자 중에는 맨션과 함께 나이를 먹은 고령 세대들이 많기 때문에 당장의 주거를 옮겨야 한다는 부담 등으로 재건축을 꺼리는 경향이 만연하다.

실제로 오래된 주택일수록 소유자도 고령일 확률이 높았다. 국교성 조사에 따르면 지은 지 10년 미만인 주택 중 세대주가 70대 이상인 비율은 8%에 불과했으며, 4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의 경우에는 48%였다. 도쿄도가 1983년 이전에 지어진 맨션을 조사한 결과 9400동 중 16%에서 관리 부실 징후가 나타났다.

일본 도쿄에서 1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지역인 마에바시시의 군마현에는 지어진 지 50년이 지난 맨션의 22세대 중 절반이 공실이었으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수도가 끊기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해당 맨션의 관리조합대표는 “노후화된 수도관이나 배수관의 공사를 검토하는 데만 최대 1000만엔(약 8900만원)은 든다”며 “그러나 남아있는 고령의 주민들이 모은 관리비는 10만엔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노후맨션이 계속해서 방치되면 철근이 노출되거나 외벽이 벗겨질 수도 있어 주민들이 거주하기에 위험해질 수 있다. 투자용 정보 사이트 관계자는 2023년 전체 주택 중 40년 이상 된 건물이 약 20%를 차지하며 최근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관리가 되지 않고 방치된 주택들은 입주자가 들어오지 않아 유지·관리비용만이 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2020년 7월 오츠시 시가현에서는 시내에서 폐허가 된 맨션을 ‘빈집대책특별조치법’에 따라 해체했다. 빈집 소유자에게 철거 등을 권고하고 소유자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가 대신 주택을 철거한다.

빈집에 대한 높아지는 우려로 일본 정부는 주택 철거의 최후 수단으로 행정대집행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세대가 공실인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세대수가 많은 맨션에는 적합하지 않아 철거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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