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리턴매치를 치를 가운데 버락 오바마(62) 전 대통령도 치열한 대선전에 등판할 채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통화가 부쩍 잦아졌다면서,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제프 자이언츠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바이든 선거 캠프의 핵심 참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선 전략과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런 근황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할지도 모른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대한 우려도 시사하는 것이라고 오바마 측 참모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참모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패배를 늘 걱정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상당수 주에서 박빙 승부가 펼쳐질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대통령에게 힘을 보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8일 뉴욕에서 열리는 바이든 캠프의 대규모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역시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한목소리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AFP] |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앞날을 두고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이 같은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8년이나 호흡을 맞추면서 긴밀한 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를 놓고는 대체로 생각이 엇갈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귀결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서고자 했지만, 오바마 측이 말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NYT는 지적했다.
당시 맏아들 보 바이든을 병마로 잃고 힘들어하던 바이든 전 대통령은 앞서 떠난 아들의 바람대로 대선에 뛰어들어 상실감을 극복하고 싶어했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번은 때가 아니다”고 만류했다.
결국 오바마 전 대통령이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패하고 말았다.
이를 두고 바이든 측 참모 사이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자리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오바마 측이 바이든 전 대통령을 일부러 배제했다고 생각하면서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고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
지난 2008년 오바마와 바이든이 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처음 유세를 시작할 때부터 이들은 상이한 성격이 두드러지는 조합이었다고 NYT는 평가했다. 아이비리그 명문 하버드대를 졸업한 교수 출신에 냉정하고 침착한 오바마 전 대통령, 델라웨어를 지역 기반으로 만 29세부터 상원의원으로 잔뼈가 굵은 노련한 정치인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모로 달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권 도전 당시 정치인으로서 바이든 대통령의 노련미와 풍부한 외교·국방 경험이 정치 경력이 일천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를 부통령으로 낙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 의회에서의 풍부한 인맥을 십분 활용해 ‘오바마케어’ 등 오바마 정권의 역점 정책의 입안을 지원 사격하는 등 수완을 발휘하며 이런 기대에 화답했다. 하지만 바이든 측은 부통령 시절 엘리트 일색인 오바마 팀이 자신들을 ‘이류’ 취급한다고 공공연히 불평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 유출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허(51) 전 특별검사의 최근 조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을 부통령으로 낙점한 이유는 풍부한 정책 경험 때문이기도 했지만, 부통령 이상으로 나아갈 역량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고백한 것도 두 전현직 대통령 사이의 긴장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NYT는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이뤄진 허 특검과 조사 인터뷰에서 자신이 2016년 대선에 뛰어들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면서 “많은 이들이 대선 출마를 응원했지만, (오바마)대통령은 아니었다. 그는 나보다는 그녀(클린턴 전 장관)가 승리할 가능성이 더 큰 후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데이비드 플루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을 당시에는 클린턴 전 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이미 강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입지를 굳힌 시점이었다고 반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AFP] |
한편 현 백악관 관계자들과 오바마 측 관계자들은 참모 차원에서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듯했던 이런 불신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겨야 한다는 절박한 명제 앞에서 이미 잦아들었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트럼프라는 공공의 적 앞에서 한마음으로 뭉쳤다는 설명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가까운 민주당 인사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격정적으로 자신의 집권 2기 구상을 펼쳐놓으며 ‘고령 논란’을 불식한 국정 연설 후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 부분 씻어냈다고 NY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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