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고수하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 발표에도 우크라를 지목하는 것은 정치적 셈범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가 '강한 러시아'를 내세워 장기 집권을 다져오다 이번 테러로 허를 찔린 상황에서 러시아 보안 당국에 화살이 쏠리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특히 2년 넘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가는 와중에 이번 테러 여파로 자칫 러시아 내부에서 '안보 실패'라는 비판론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눈길을 돌리려는 의도로도 풀이됐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정치 평론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주장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이같은 배후설에 어떤 증거라도 있다면 푸틴 대통령의 반응이 이보다 훨씬 '노골적'이었을 것이라는 게 스타노바야의 진단이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테러 다음날인 23일 첫 언급을 내놓으면서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거론한 이후 25일 대책회의에서도 ISIS-K를 지목하는 한편 "누가 그것을 명령했는지를 알고 싶다"면서 우크라이나 탓을 멈추지 않았다.
스타노바야는 푸틴 대통령이 단어 선택에서 신중을 기하고 있다면서 "미국이나 우크라이나 개입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테러로 그들이 이득을 볼 것이라고 확신 중"이라고 분석했다.
주러시아 프랑스 대사를 지낸 실비 베르만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테러가 이용되고 있다"면서 "모든 게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인 탓이라는 게 푸틴의 논리 회로"라고 꼬집었다.
서방 국가들도 푸틴 대통령이 이번 테러를 '악용'하려 한다고 몰아세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5일 "이런 상황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러시아 자체와 러시아인의 안위에 부정적이고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이 제대로 대응했는지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이 사전에 테러 가능성을 알려줬는데도 결과적으로는 이를 막는 데 실패한 것은 그간 러시아 정보 당국의 주요한 패착 중 하나라는 게 AFP 진단이다.
이 때문에 그간 KGB 출신으로 '강한 러시아'를 부각해온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테러를 둘러싸고 '안보 실패'로 관심이 쏠리는 것을 차단하고 서방 및 우크라이나에 맞서 싸울 필요가 있다고 안방 여론을 끌어모으는 게 우선순위라고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의 한 러시아 전문가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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