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 [고사모 캡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고양이 울음 소리가 더 자주 들리게 될 계절이 왔다. 길고양이들은 봄과 가을에 집중적으로 임신과 번식을 한다. 길고양이의 출생률은 통상 4~10월 늘어난다.

이는 고양이가 하루에 해가 12시간 떠 있을 때에 임신을 준비하는 계절성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기온이 따뜻해질수록 혹은 겨울이 짧아질수록 길고양이가 임신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져 개체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후환경매체 그리스트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미국 내 동물 보호소에서는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는 계절이 더 일찍 시작되고 더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겨울이 온화해지고 봄이 일찍 시작되는 등 기후 변화의 영향이 고양이 출산율 증가의 원인일 수 있다고 봤다.

대설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함박눈이 쏟아진 지난 7일 오후 대관령 기슭인 강원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의 한 농가에서 고양이들이 눈을 맞고 있다. [연합]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주로 봄이나 가을 철에 길고양이 출산이 집중되기는 하지만, 영하의 추위가 지속되지 않는 경우 이르면 2월 늦으면 11월까지도 길고양이들이 번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중성화 등 적극적인 관리로 국내에서는 고양이 개체 수 증가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성산2동 일대 등 6곳에서 길고양이 TNR이 진행됐다. TNR은 길고양이를 잡아서(Trap) 중성화(Neuter)한 뒤 풀어준다(Return)는 의미의 줄임말이다.

이날 중성화된 고양이는 총 8마리. 오는 5월에도 중성화의 날이 예정돼 있다. 서울시가 2016년부터 '중성화의 날'을 주도했고 2022년부터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도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섯 차례에 걸쳐 길고양이 116마리가 중성화됐다.

통상 각 지방자치단체는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TNR은 진행하는데, 서울시와 동물권카라는 평소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등 잘 알고 지내는 ‘캣맘’을 TNR에 참여하도록 한다.

평소에 얼굴이 익은 이들이 TNR 대상 고양이를 가려내기 쉬워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들이 평소 어느 시간 대, 장소에 나타나는지는 물론 중성화 여부도 파악하고 있다. 길고양이들을 포획하고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는 것도 캣맘들의 역할 중 하나다.

[동물권행동 카라]

과거 안락사하는 방식으로 개체 수를 조절하기도 했지만 비윤리적일 뿐더라 실질적으로 개체 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

중성화는 현재로선 도시에서 인간과 길고양이가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다. 고양이는 임신 기간이 2개월 정도, 평생 임신을 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는 일년에 두번 이상 새끼 고양이를 낳을 수 있는 셈이다.

길고양이 개체 수가 급증하면 먹이나 영역을 두고 다툼이 벌어지기 쉽다. 그에 따라 울음소리 등으로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중성화를 하는 경우 발정기에 오는 스트레스나 문제 행동을 낮춰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임신과 출산에서 오는 질환 등을 막을 수도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서울시의 TNR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 정기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길고양이는 10만982마리라고 한다. 2015년(20만3615마리)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시는 2년마다 시내의 길고양이 개체 수와 중성화 비율을 전수조사한다. 일일이 세는 방식이라 정확도가 떨어질 수는 있으나 감소 추세만은 신뢰할 만하다는 평가다.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 및 지속적인 TNR을 통해 길고양이 개체 수 감소돼 조절되고 있는 점이→ 확인된다”며 “TNR을 집중하는 시기를 두고 견해가 나뉘지만 이상 기온으로 따뜻한 날이 많아지다 보니 영하의 기온이 3~7일 지속되는 강추위가 아니라면 TNR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