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노숙자 등 저소득층 주로 거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123RF]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워싱턴 시애틀에 위치한 약 5평짜리 독신자형 마이크로(초소형) 주택에는 베네수엘라에서 온 네 명의 가족이 살고 있다. 4명이 모여 지내기엔 상당히 작은 공간이지만 시애틀의 평균 원룸 가격보다 550달러 이상 저렴한 900달러(약 120만원) 월세를 내고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바바라 페라자-가르시아는 “따뜻하다. 이곳에서는 우리가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 있고, 개인 욕실도 있다”며 “가족들이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신장에 생긴 낭종을 치료하는 데 필수적인 약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P는 1900년대 초 미국 전역에 성행했던 초소형 주택이 노숙인 등 저소득층도 거주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부활했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지난해 오리건주에서는 일반 원룸의 3분의 1 크기에 달하는 초소형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워싱턴주에서도 주거용 건물에 소형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내년 말에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 저소득주택연합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방 빈곤 지침을 밑도는 저소득층 또는 지역 중위 소득의 30%를 버는 사람들은 저가 임대 주택 730만개가 부족해 주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가구는 미국 전체 세입자의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워싱턴주의 법안 찬성에 한 표를 던진 미아 그레거슨 민주당 의원은 이 조치로 수천 개의 아파트가 지어지게 돼,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신체적·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까지 저렴한 주택이 제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레거슨 의원은 “정부 혼자서 (부동산) 격차를 해소할 수 없으며 동시에 영리 목적의 시장 가격 주택이 많이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0세기 후반 노후한 호텔 등을 1인가구를 위한 임대주택으로 개조해 저소득 1인가구에게 제공하는 ‘싱글룸 거주(SRO)’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주택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의 폐지가 저소득자들이 주택 부족에 직면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에 따르면 지난해 시애틀 지역에는 3800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무주택 가정이 있었으며,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마리사 자파타 포틀랜드 주립 대학의 토지 이용 계획 교수는 저소득층도 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주택 건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틀랜드에 본사를 둔 노숙자 서비스 비영리 단체인 센트럴시티컨퍼런스는 극도로 낮은 소득을 벌어들이는 저소득층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SRO 주택을 임대한다. 이들은 신용 점수가 낮아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사라 홀랜드 센트럴시티컨퍼런스 이사는 초소형 주택의 월세 중간값은 550달러(약 73만원)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필수 옵션’이라고 했다. 또한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의 80% 이상이 이전에 노숙 생활을 했으며 이중 일부는 30년 동안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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