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 완화·기업 실적 개선 등 영향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EPA]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의 주가지수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완화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식시장에서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 일본의 닛케이 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 독일의 DAX 지수, 프랑스의 CAC 40 지수 등은 모두 최근 몇 주 동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앙은행들이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에 성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작용한 것이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증시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UBS는 S&P 500의 연말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이달 연말 전망치를 현재 지수보다 약 5% 높은 수준인 5400으로 올렸다.
모건스탠리는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가 1995년 당시처럼 오름세를 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보다 12% 가량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에반 브라운 UBS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멀티에셋 전략 책임자는 “이는 ‘위험 사이클의 재설정(risk reset)’과 같다”면서 “모두가 오랫동안 경기 침체를 예상해 왔지만 그것은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에 대한 열기가 증가하는 것을 “펜트업(pent-up) 욕구의 방출”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전망이 지난해 말 6차례에서 현재 3~4차례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랠리를 보인 것은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회복력 있는 경제 성장에 힘입어 미국과 다른 경제가 올해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브라운 책임자는 “모두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기보다 경제에 대해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상정한다면 상당히 좋은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등 기업들의 호실적도 증시 상승에 힘을 실었다. JP모건에 따르면 S&P 500 기업들은 지난해 4분기 주당순이익이 예상치를 7%나 상회했다.
마니시 카브라 소시에테제네랄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지난해 말 지구상의 모든 주식 전략가들은 2024년 중 어느 시점에 수익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제 우리는 상반기 나스닥 100 지수의 40% 수익 성장과 유럽의 강력한 이익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1995~2000년 ‘닷컴버블’보다 현재 인공지능(AI)발 랠리가 훨씬 더 나은 기반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케 응우옌 리서치어필리에이트 주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닷컴버블 당시처럼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들에 대한 광범위한 과대평가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엔비디아는 약 70배의 주가수익률(PER)을 나타내고 있지만 실제로 이익이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증시가 고평가돼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JP모건은 이번 주 “랠리의 소진 초기 징후”를 경고하면서 “골드락스보다 더 좋은 상태가 시장의 컨센서스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안 하넷 앱솔루트스트래티지리서치 공동설립자는 이번 랠리는 "펀더멘털(기초여건) 투자가 많다는 느낌이 덜 들고, 전문 투자자들이 시계(時界)를 단축했다는 느낌이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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