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둔화에도 돌파구 마련은 요원
대내외적으로 부정적 평가 증가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에서 문서를 확인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올해 집권 12년차를 맞는 시진핑 정권은1인 독주 체제를 더욱 강화했지만 경제성장 둔화, 지정학적 긴장, 사회 불안, 양안 갈등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11일 폐막한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GDP) 목표치가 5% 안팎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은 보이지 않았다. 내수 침체와 부동산 위기가 심화된 가운데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12가지 키워드로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기간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분석 보도했다.
3년간 지속된 펜데믹 기간 ‘제로 코로나’를 앞세운 엄격한 통제로 소비가 줄고 부동산 침체는 심화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경제 성장 엔진인 수출이 둔화되면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되리라는 야망은 좌절됐다.
이에 시 주석은 최근 ‘신품질생산’과 ‘고품질 발전’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새로운 시대의 양보 없는 원칙으로 양질의 발전을 견지하고 새로운 발전 철학을 충실히 이행하며, 중국 경제의 질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 주석의 ‘신품질 생산’과 ‘고품질 발전’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 경제를 떠받쳤던 부채 기반의 확장보다 첨단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남부 광시성 [AFP] |
중국 정부는 부동산 투기가 심각해지자 거품 붕괴와 지방정부 재정 부실을 막기 위해 2020년 8월 부동산 규제를 내놓았다. 순부채율, 유동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 자산부채율 등 ‘세 가지 레드라인’을 부동산 기업이 맞추지 못하면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신규 차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돈줄이 막힌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 파산 등이 속출하면서 부동산 경기는 물론이고 전체 경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중국 상위 70개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1%, 중고 주택 가격은 3% 이상 하락했다고 밝혔다.
중국 중부 허난성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 참석하는 시민들 [AFP] |
중국의 가계소득은 증가하고 있지만 취업자 수 감소 등 고용 시장 불안이 심해지고 중국 경제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중국인들은 소비보다 저축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런 추세는 장기적인 경제 전망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안을 반영한다. 중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만3845달러지만, 세계 2대 경제국이란 지위에 견줘볼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시진핑 주석의 ‘공동 번영’ 의제에도 소득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절대빈곤을 해소한다는 목표를, 2035년까지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중진국 수준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성장이 계속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 경제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BYD 전기자동차 [로이터] |
중국은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선두주자가 됐다. 2022년 당시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의 약 절반은 BYD 등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태양 전지판, 풍력 터빈, 배터리, 수소 등 주요 신재생에너지 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탄소 배출량과 석탄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발표했던 2022년에 석탄 소비량이 최대에 도달한 뒤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축을 시작할 것이라는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및 청정 공기 연구 센터(CREA)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급격한 감축이 필요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주식시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점점 더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처가 돼가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걷히지 않는 가운데 최근 3년간 중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7조달러(약 9332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잇달아 증시 부양책을 내놨으나 투자자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국 정부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 노력이 미치지 못하면서 외국 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액은 1990년대 초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 다른 국가들의 금리 인상으로 해외 기업들이 중국에서의 투자 자금을 빼고 있다.
중국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체로 정부에 대한 만족도는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언론을 통제하는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해당 여론조사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지난 1월 중국 시민들에게 더욱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민심이 시진핑 정부에 실망하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표는 중국을 떠나는 이민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1년 동안 미국 남부 국경에서 체포된 중국인의 수는 1만5000여명이 채 되지 않았으나 지난 1월 한 달 동안만 중국인 3700명이 미 국경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대부분 부동산 폭락 등으로 경제난에 시달리다 불법 이민을 선택한 중산층들이다.
인구 또한 지난해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6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중국의 지난해 합계 출생률은 1.0명으로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펼쳐왔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중국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며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 지난달 중국 해군 함정이 필리핀 수산수자원국 선박을 쫓아내고 있다. [AFP] |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유지했던 이른바 ‘전랑(戰浪·늑대전사)’ 외교 정책을 벗어나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고 있으며 지난해 호주산 석탄에 매겼던 관세를 먼저 해제하는 등 무역 분쟁 또한 원만히 해결하고 있다. 주요 경쟁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으로 유럽은 중국을 견제하게 됐으며, 필리핀과 일본과도 영유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여러 선진국들, 특히 호주와 영국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급격히 증가했다. 해외에서 중국의 명성에 관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코로나19였다. 이들은 중국이 초기 대응이 늦은데도 코로나19 초기 보도를 은폐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자국 영토의 일부로 보고 있는 대만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7.2% 증액하기로 했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2023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핵 군사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다양화하고 있으며 오는 오는 2030년 중국의 핵탄두는 숫자는 1000개 이상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방장관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교체되는 등 중국이 국방 분야에서 혼란을 겪으며 중국이 실질적인 전쟁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