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부터 발표까지 일주일…검증이 핵심과제
후보 확정 시 총선 D-26…“텃밭 홀대” 지적도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국민의힘이 총선을 30여 일 앞두고 국민추천제 도입을 결정했다. 대상은 당 지지도가 높은 ‘텃밭’ 5곳으로, ‘무감동 공천’이란 지적에 국민으로부터 추천을 받겠단 취지다. 문제는 약 5일에 그치는 심사기간으로, 지역구 공천 번복을 낳았던 검증 문제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또한 총선을 한 달도 안 남기고 후보가 결정되는 만큼 ‘벼락치기’ 검증으로 끝날 수 있단 우려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8일부터 이틀간 ‘국민 추천 프로젝트’를 위한 온라인 접수를 시작한다. 대상 선거구는 ▷서울 강남갑·을 ▷대구 동구군위군갑 ▷대구 북구갑 ▷울산 남구갑 등 소위 ‘텃밭’으로 불리는 5곳이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접수가 가능하며 ‘셀프 추천’도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접수 완료 후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이달 15일 선발된 최종 후보를 발표할 계획이다.
공관위가 설명한 국민추천 후보 접수부터 선발까지 기간은 불과 일주일로, 짧은 시간 내 얼마나 철저한 사전검증을 해내느냐가 이번 신설 제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공관위는 접수된 국민추천 후보자 중 심사 기준에 적합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묶어 세부 검증한다는 계획이지만, 서류 심사 절차는 지역구 후보자보다 오히려 약해지기도 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국민의힘과 함께 길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모든 지원자들을 위해 온라인 접수를 원칙으로 했다”며 “제출서류도 최소화해서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국민추천제가 ‘배리어프리 공천’이란 선의에서 출발했더라도, 후보들의 검증에 실패할 경우 후폭풍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1대 총선을 앞둔 2019년 더불어민주당의 2호 영입 인재였던 원종건 씨는 데이트 폭행 논란으로 자진 탈당했고,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었던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다만, 원 씨는 지난달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0년 3월 8일 형사 고소로 접수된 건은 2023년 12월 29일 모든 항목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었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국민추천제의 핵심은 검증”이라며 “사람이 대중에게 노출된다는 사실 자체는 본인들이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단 걸 의미하지만, 국민 추천이라면 계속 노출됐던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검증이 쉽지만, 누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상한 사람이 나오게 되면 그것 때문에 선거를 다 잡아먹을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총선을 26일 남기고 유권자들이 최종 후보를 알게 된다는 점에서 ‘텃밭 홀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쉽게 말하면 텃밭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누구를 언제 내놔도 무조건 우리를 찍을 것이란 생각은 유권자에 대한 홀대일 뿐만 아니라 선거에 임하는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시스템 공천을 표방하는 공관위가 갑작스럽게 룰을 변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소위 노른자위에 참신한 사람을 추천하려다 보니 현역을 컷오프 해야 하고, 그것이 부담스러워 국민 추천제로 돌리는 것 같다”며 “지금 워낙 현역 의원 불패 얘기가 나오니 국민 추천제라는 명분으로 사람을 바꾸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아무리 우세 지역이라 하더라도 최소 한두 달 전에는 후보를 알려줘야 후보에 대한 검증도 진행되고 유권자와 소통하면서 그 사람의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며 “정당 민주주의 근간을 왜곡하는 벼락치기 공천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