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단 파견 않은 이스라엘 ‘묵묵부답’
[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스라엘이 빠진 채 이집트 카이로에서 사흘간 진행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중재역을 맡은 미국과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협상안 수용을 촉구하고 있지만,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의 협상 의지 결여를 지적하고 이스라엘은 묵묵부답이다.
하마스 고위 관리인 바셈 나임은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협상 기간 중재자에게 휴전안을 제시하고 이스라엘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 이제 공은 네타냐후를 압박해 합의에 이르게 할 미국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도 이날 저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은 가자지구의 영구 휴전 이후에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이틀간 우리는 형제 국가인 카타르와 이집트가 제시한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며 "휴전을 위한 우리의 조건, 즉 가자지구에서 완전한 철군과 특히 가자 북쪽에서 떠나온 피란민들의 귀가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영구 휴전과 철군 등은 이스라엘 측이 수용 불가 입장을 못 박은 조건이다.
이스라엘은 협상 상황에 대한 공개 언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생존한 인질과 석방 대상자 명단을 요구했으나 하마스가 응하지 않았다면서 대표단도 파견하지 않았다.
따라서 오는 10일 전후로 시작될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이전에 휴전 합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중재역을 맡은 미국과 카타르는 협상안 수용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워싱턴을 방문한 카타르 총리와 만난 뒤 하마스 측을 압박했다. 블링컨 장관은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을 늘리며, 영구 휴전의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즉각적 휴전 기회가 우리에게 왔다"며 "이 휴전에 참여할지 여부는 하마스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스라엘에는 국경 검문소를 추가로 열어 가자지구에 최대한 많은 구호품이 들어갈 수 있게 하라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라마단 이전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주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하마스 측에 휴전안 수용을 촉구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도 "평화 회복 노력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카타르와 미국, 그리고 다른 파트너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이 반드시 성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인도적 고통을 끝내고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미국, 카타르, 이집트는 지난달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4자 회의를 열고 하마스에 6주간의 가자지구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제시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 10명을 풀어주는 내용의 이 협상안을 검토한 뒤 이번 카이로 협상에 대표단을 파견해 이견 조율을 시도했다.
이번 주 내 협상이 타결되면 라마단과 한 달 뒤 이어지는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까지 휴전할 것으로 보인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