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가 4일 오후 광주시의회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4일 광주 출마를 선언했다. 전남에서 4선을 지내고 전남도지사를 지낸 이 공동대표가 약 7년 만에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에 돌아와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4년간 입었던 ‘파란색’이 아닌 ‘민트색’ 넥타이를 매고 광주의 선택을 호소한 이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가 ‘대안정당’으로 호남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3시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전남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치고 싶다”고 출마 선언을 했다.

당초 이 공동대표는 3일 출마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으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의 만남이 잡히면서 이를 잠정 연기했었다. 임 전 실장이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민주당 잔류 결정을 밝히자 이 공동대표는 곧바로 광주로 향했다.

이 공동대표는 기자회견 연기가 임 전 실장과의 만남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 연기에 임 전 실장의 거취가 가장 큰 영향이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출마 회견문에서도 “저는 이런 보고를 어제 여러분께 드리려 했으나 민주세력의 결집과 확산을 위해 다른 일을 먼저 하려다 하루를 늦추게 됐다”고 양해를 구했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가 4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이 공동대표는 출마 기자회견 서두에서 “광주전남의 많은 분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일하는 과정에서 완벽주의자인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며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부적절하게 거론했던 일을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제가 대선후보 경선에서 실패해 상심하신 모든 분께 죄송하다”며 “지난 대선 때 저는 후보보다 더 많이 유세하며 노력했으나 결국 패배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제가 민주당을 나와 당원 여러분께 걱정을 드린 것이 몹시 송구스럽다”고 했다.

전남도지사를 끝으로 호남을 떠나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 공동대표는 서울 종로 국회의원에 당선, 민주당 대표를 역임하다 대선 출마를 위해 1년4개월 만에 자리를 내어놓았다.

이후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의 대선후보 캠프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고, 지난 1월 24년간 몸담았던 민주당을 떠나 제3지대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로 호남에 찾아 그동안의 정치 행보 중 비판을 받은 지점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가 4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이 공동대표는 “민주당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면서 “민주당이 못하는 정권심판과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악의 정부로 평가될 것”이라며 정권심판론에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죄를 지은 사람이 검사 앞에서 당당할 수 없듯이, 민주당이 검찰정권을 견제하고 심판하기는 어렵다”며 신당 창당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2년 전 지방선거 때 광주는 37%라는 전국 최저의 투표율을 보였고, 그것은 민주당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탄핵이라고 많이 말씀하셨다”며 “그때보다 지금이 더 나아졌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양당이 좋다는 분들을 뺏어올 생각은 없었다”며 “양당 모두가 싫어서 투표장에 가고 싶지 않다는 분들을 투표장으로 모셔서 그분들의 뜻이 정치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어려운 길에 나선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공동대표는 ‘한평생 이름 없는 민주당 당원’이었던 아버지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한 채 눈시울이 붉어져 감정을 추슬렀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가 4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이 공동대표는 “광주와 호남의 미래를 위해 큰 정치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날 광주에 출마선언 하면서 지역구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역에서는 광주 서구을과 광산구을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 공동대표는 “그외에도 있을지 모르겠다”며 가능성을 더욱 열어두었다.

이날 회견장에서는 지역구를 고심하는 이유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이 쏟아졌다. 김종민 공동대표는 “지역 출마 여부는 후보자 개인의 결단이 중요하지만, 어느 지역에 출마할지는 당의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라며 “가장 광주 시민께 호소드릴 지역이 어디인지를 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하고, 그 고민은 실제 민주당 경선 결과를 보고 전략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공동대표는 “저로써도 기왕에 싸운다면 의미있는 싸움이 돼야 할 것”이라며 “동지들이 어떤 분들이 뛰어야 하는가를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광주 시내에 ‘정치의 품격을 되찾겠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는 “보수이든 진보든 자기들의 정치적 신념을 국민들 앞에 이론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정치의 기본적 품격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망가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품격이 망가지고, 도덕성이 망가지고, 법적 하자가 드러나면 정작 해야할 일 못하게 된다”며 “보수 진보 따지기 이전의 위기단계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0차 책임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 공동대표의 광주 출사표는 여러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

창당과 개혁신당과의 통합, 분당을 겪은 새로운미래에서 첫 지역구 출마 선언이다. 민주당 계열의 제3지대 새로운미래가 호남에서 확장성을 가질 수 있는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당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지역구 출마로 선회한 이 공동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고향에서 ‘대안정당’의 대표적인 얼굴로 호남의 재평가를 받게 됐다.

이 공동대표는 ‘광주 출마가 이낙연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 이낙연의 정치 생명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인데 출마 결심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정치인이 말을 함부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위기, 정계의 부분적 개편 등 상황을 감안해 저에게 당 안팎에서 출마 요구가 잇달았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과 당의 요구가 저에게는 뿌리치기 어려운 압력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공동대표는 “이낙연이 갖고 있는 자산을 가지고 우리가 돌파하고 시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당에서 판단해 정말 오랫동안 이 대표를 설득했다”며 “어려운 광주 상황에서 도전하겠다는 것은 이재명 사당으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분이 이낙연이어야 한다는 당의 절박한 요구, 절실한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이 공동대표는 “심청이가 아버지를 위해서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정으로 광주에 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