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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모두 신고가, 코스피만 부진
정부 진단부터 ‘헛다리’…‘대책 없는 대책’
美 긴축·강달러 인플레 수출…韓 경기침체
中 저가제품 디플레 수출…韓제품 경쟁력↓
韓 친환경경제 경쟁력 선진국 가운데 꼴찌
빚 부담↑ 효율↓ 혁신 실종…이대로면 위기
산업·지배구조 등 국가적 환골탈태 시급해

뉴욕 증시가 전세계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과 반도체 혁신을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등 미국 간판기업들이 주도하면서다. 애플과 테슬라의 부진에도 S&P500과 다우존스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도 2021년 고점에 바짝 다가섰다. 올해 미국 3대 지수 모두 신기록을 세울 듯하다. ‘M7’(Magnificent7)의 시장가치는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증시 시가총액을 넘어섰다.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지만 미국 경제는 연 5%가 넘는 단기금리에도 끄떡없는 모습이다.

미국뿐 아니다. 일본 증시도 1989년 기록했던 고점을 35년만에 넘었다. 유럽 증시는 독일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에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우리와 구조적으로 닮았다는 대만 증시도 TSMC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주요국 가운데 증시가 부진한 곳은 대한민국과 중국뿐이다.

정부가 26일 이른바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의 골자를 공개했다. 예상대로 공시 강화 정도 수준이다. 우리 증시의 부진은 주주환원 좀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읽어보면 우리는 경제 구조와 기업경쟁력에서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수출한 미국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부족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미국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 달러 강세 요인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미국은 달러 가치를 높이면 수입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민간 경제는 이자부담이 커져 소비가 줄고 기업실적이 부진해질 수 있다. 미국 가계부채의 핵심인 주택저당채권(mortgage)은 고정금리가 대부분이다. 기준금리가 올라도 기존에 실행된 모기지 금리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미국 가계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채도 크게 줄였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부 지원금까지 받았다. 금리가 높아져도 가계 부담은 제한적이었고 소비 여력은 충분했다. 대신 정부 부채가 급증했지만 달러는 글로벌 기축통화다. 통화량이 증가해도 달러화 신뢰가 흔들릴 위험은 거의 없다. 결국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은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을 이뤄냈지만 고금리로 인한 경기 위축도 없었다. 친환경 전환 등을 앞세운 공격적인 재정지출 덕분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다른 나라로 옮겨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타격은 원자재 등 자원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다른 나라들이 더 컸다. 미국은 오히려 천연가스 등 자원 수출을 늘리고 있다. 달러 강세는 다른 통화의 가치 하락이다. 원자재와 식량을 사려면 더 높은 값으로 달러를 구해야 한다.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면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했다. 이자부담이 늘며 소비가 줄어 경기가 위축됐다. 재정지출로 보완할 여력이 부족하면 경기침체를 감수해야했다.

▶디플레이션 수출하려는 중국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고성장을 이뤘다. 돈을 벌면서 투자도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며 설비투자 과잉과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경제의 효율이 낮아지고 소비도 위축됐다. 시진핑 정부의 사회주의정책 강화와 미중 대결로 해외자본도 이탈하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고 경제활동의 동력이 떨어지는 디플레이션(deflation) 국면이다.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려면 구조조정으로 과잉을 줄이거나 새로운 수요를 확보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

미국의 전례를 보면 전쟁만 한 해결책이 없다. 1907년의 금융위기 이후 불안하던 미국 경제는 1차 세계대전으로 생산력이 급증해 영국을 추월한다. 종전 후 다시 수요 부족과 생산 과잉이 겹치며 대공황을 맞이한다. 수요 회복을 위한 ‘뉴딜(New deal) 정책’에도 미국 경제는 대공황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위기극복의 결정적 계기는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특수였다. 눈부신 기술혁신까지 이뤄낸다. 이때부터 미국의 경제 패권이 확립됐다. 중국이 택한 탈출구도 일종의 전쟁이다.

미국이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 수출로 반전을 이뤘다면 중국은 최근 디플레이션 수출로 위기탈출을 꾀하고 있다.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산 제품을 꺼리는 미국까지 노리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이 용이한 멕시코 등 제3국을 경유하는 전략이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 부품 등은 전세계가 필요로 하는 품목이지만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미래 유망산업과 관련한 자원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을 정도다.중국이 남아도는 생산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더 높이면 다른 나라 경쟁사들은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최근 유럽연합(EU)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장벽을 높이고 있다. 환경규제 등 비관세 장벽도 쌓고 있다. 미국도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기업 보조금을 문제 삼고 나섰다. 무역전쟁이다.

▶막 내린 세계화 경제…무역전쟁으로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공산품 제조경쟁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LCD패널 세계 1위 자리를 빼앗을 정도다. 한국, 독일, 일본 등이 제조업 강국이라고 하지만 확실한 비교우위가 없으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미 중국 내수시장에서는 해외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 제품의 침투가 어려운 미국 시장에서의 기회는 늘어날 지 모른다. 우리나라와 독일, 대만, 일본기업들이 최근 미국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다. 줄이면 예전보다 시장은 더 좁아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는 뜻이다. 과연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독일과 일본 대비 얼마나 높을까? 미국과 유럽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견제도 더 집요해질듯하다. 우리 기업들에 그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환경 규제를 보자.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못지 않게 제조업 탄소배출이 많다. 독일이나 일본보다 집적도가 더 높다. 중국을 겨냥한 환경규제가 오히려 우리 기업에 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발전에서 신재생 에너지원 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 30.6% 대한민국 8.1%다. 중국의 풍력과 태양광발전량은 전세계 최대다. 신재생 발전설비의 확장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우리가 무탄소에너지원으로 삼은 원자력도 중국이 건설 중인 발전소가 가장 많다.

▶부실은 눈덩이 부실, 경쟁력은 상실…위기의 대한민국

미국 등 서방과 중국이 맞붙은 무역전쟁에서 우리나라는 매우 불리한 위치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남다른 경쟁력을 가져야하는데 주요 산업을 살펴보면 별로 승산이 높지 않아 보인다. 내수시장은 경쟁력을 잃어 소비가 위축되고, 해외소비는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 역시 국내 증시 보다는 미국 등 해외로 쏠리는 모습이다. EU나 일본과 달리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도 맺지 못하고 있다. 자칫 달러 수급이 꼬이면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본 이탈에 직면하게 된다. 세계 최대 가계부채 부담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주가연계증권(ELS)와 해외부동산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도 눈덩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사회보장 재정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그 핵심인 연금과 건강보험 개혁은 지지부진이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위태로워 보인다.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혁신이 핵심이다. 수출경쟁력을 키우고 내수시장의 소비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혁신을 지원하고 경제외교를 안보 수준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금융이나 투자관련 부실 정리와 구조조정도 더 이상 늦추지 말고 끝장을 봐야 한다. 주주를 위한 정책의 최우선은 성장이다. 성장을 해야 배분(환원)도 의미가 있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드는게 우선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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