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역구 재배치’ 수용 행렬, 공천 순항 중
대통령 인사권 등 ‘정치적 곳간’ 넉넉한 여당
“여당은 줄 자리 많지만, 야당은 그렇지 않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이 불붙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공천 과정은 김경률 비상대책위원의 사전 논란이 불식된 후 비교적 ‘잡음 없는’ 공천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당 모두 당 지도부가 물밑에서 불출마 권유, 지역구 재배치 등을 조율하는 가운데 유독 민주당에서 공천 관련 반발이 표출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여당과 야당의 ‘현실적 차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우선 이 대표는 경기 광주을 지역에 도전한 문학진 전 의원 등 몇몇 출마자에게 전화를 걸어 용퇴를 당부하면서 사천 논란에 직면했다.
실제 문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대표가 1월 27일 전화해 ‘형님이 꼴찌 했데요’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안태준 당대표 특별보좌역이 31%를 얻었고, 신동헌 전 광주시장, 박덕동 전 경기도의원이 각각 11%, 문 전 의원이 10%를 얻었다는 사실도 전달해줬다고 한다.
문 전 의원은 “‘친위부대’(안 특보)를 꽂으려다 보니 납득할 수 없게 수치를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의중에 따른 컷오프가 이뤄지고 있어 공천 아닌 사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당대표가 예우 차원에서 직접 출마를 고사해 달라고 요청하려면 공식적으로 정리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 이 대표의 행태는 공관위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식적인 심사 결과를 놓고서도 반발이 나온다. 서울 광진을에 공천을 신청한 김상진 예비후보는 16일 오전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민정 최고위원 단수 공천 결정에 항의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김 예비후보는 “4년 전 전략공천했던 고 최고위원을 단수공천 준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경선만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 |
반면 지역별로 연이어 단수추천과 경선지역 발표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 공천 과정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지도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이뤄지는 지역구 재배치도 해당 의원들의 수용으로 논란 없이 진행 중인 모양새다.
공천 갈등 조짐도 신속히 봉합되는 분위기다. 실제 서울 강서을 공천에서 배제되며 기자회견까지 열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던 김성태 전 의원은 며칠 뒤 당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로지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선당후사의 자세로 제 갈 길을 가고자 한다”며 “여전히 아쉬운 심정 가눌 길이 없지만, 이제 우리 당의 '시스템 공천' 결과를 받아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의원은 지난 7일 4·10 총선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참담한 결과는 우리 당과 대통령 주변에 암처럼 퍼져있는 소위 ‘핵관’(핵심 관계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혀온 ‘올도브오 교통정리’도 순항 중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총선 공천 신청을 철회했다.
김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당의 승리를 위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며 “부산 중구·영도구 선거구에 등록한 후보들을 한 달간 지켜보니, 모두 훌륭한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돼 이제 내 역할이 끝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관위에서 시스템 공천을 정착시켜 잘 진행되고 있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우리 국민의힘의 정치는 무엇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는 여야의 공천 반응이 엇갈리는 데는 현실적인 권력의 차이가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권여당의 경우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엇갈리는 ‘공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정치적 수단’이 넉넉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기 사람을 앉힐 수 있는 자리는 대략 2000곳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국무총리, 장·차관 등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정부 부처 자리가 140개 이상이다. 공공기관의 장·임원·감사 등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공공기관이 200개가 넘는다. 장관이 임명하지만 대통령 영향이 미치는 정부 부처 국·실장급 등 350개 이상이고, 고위공무원이나 부처 산하기관 임원 등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되는 곳은 더욱 많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여당은 아무래도 다른 자리가 많다”며 “그런 자리가 많기 때문에 (공천 관련 사전 정리를)할 수 있는데 야당은 그런 자리가 없어서 무조건 밀어내고 다른데 가고 그런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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