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개소 당시 모습. [순천향대천안병원 제공] |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응급센터가 문을 닫을 상황입니다.”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유명 대학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존폐기로에 섰다. 의사를 구하지 못 해서다.
비단 소아응급의료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의사들이 응급의료를 기피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사법리스크’를 꼽으며, 과도한 사법판결이 지속된다면 미련 없이 응급실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고재우 기자 |
27일 대한의사협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의사회는 이 같이 호소했다. 특히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는데, 해당 병원은 의료진 부족으로 일주일 중 ‘이틀’을 문을 닫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회장에 따르면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소아응급 분야에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상태가 좋지 않은 환아들이 해당 병원으로 몰려들면서 의료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그가 밝힌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존폐 이유는 소아과 의사 감소→ 공백을 메우던 응급의학과 의사 감소→ 의료진 부족 등 악순환이다.
임 회장은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소아응급 분야를 채워줬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최근에는 소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는 없고, 소아 환자들의 난이도는 높아지다 보니 도무지 못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문을 닫을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전경. [순천향대천안병원 제공] |
소아과는 물론 응급의학과 기피 현상의 이유로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사법리스크를 꼽았다. 응급의료진이 의료행위 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면서 젊은 의사들이 지원을 꺼린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대표적인 사례로 2013년 소아횡격막탈장 사망사건 당시 응급의학과 의사의 1심 법정구속(대법원 판결 무죄), 2014년 1년차 전공의가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 했단 이유로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던 것 등을 들었다.
이에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응급의료행위의 적절성 여부는 사법부가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점 ▷응급의료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 ▷응급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및 과실치사상에서 형사처벌 면제 법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 회장은 “과도한 사법판결이 지속된다면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미련없이 응급실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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