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유럽은 기록적으로 가장 더웠다. 세계보건기구(WHO)은 유럽 지역에서 최소 1만5000여명이 더위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 폭염 속 포르투갈 리스본 해변 [AP] |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최근 공개한 연례 평가가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WMO는 평가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기온이 향후 5년 안에 산업화(1850~1990년)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1.5도’가 사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개별 지역이 아닌 지구의 온도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면서 제시된 마지노선이다.
1.5도를 돌파할 경우 전 세계는 극심한 홍수와 가뭄, 산물, 식량부족, 해수면 상승, 바다 생태계 파괴 등 인류는 말 그대로 기후재앙에 직면한다.
한 소년이 가뭄으로 말라버린 습지에서 배 위를 걷고 있다. [AFP] |
이미 지구 온도는 최소 1도 가량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지금 전 세계가 겪는 기후재난이 이 정도다.
WMO는 지구 표면 상승 폭이 일시적으로라도 1.5도를 돌파할 확률을 66%로 내다봤다. 이 수치가 50%를 넘긴 건 사상 최초의 일이다. 확률적으로 1.5도를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단 의미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48%로 돌파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컸다. 1년 만에 상황이 변했다.
향후 5년 안에 지구가 가장 뜨거운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은 사실상 100%(98%)다. 가장 더웠던 해가 2016년인데, 이 기록은 사실상 깨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발표에 앞서 이미 전 세계는 극심한 이상고온에 시달리는 중이다. 원인은 기후변화다. 이미 전 세계 곳곳이 5월 사상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태국은 체감온도가 50도를 돌파했다. 베트남, 미얀마 등에선 기온이 40도를 돌파한 날이 이어졌다.
이미 작년 전 세계 곳곳은 기후재난에 극심한 피해를 겪었다. 파키스탄 홍수가 한 예다.
작년 8월 파키스탄에 폭우가 내리자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AFP] |
홍수는 마치 성서에 나온 노아의 방주처럼 모든 걸 집어삼켰다. 1700명 이상이 숨졌고,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크리스천에이드 보고서는 이 재난의 피해액을 56억 달러로 잡았지만, 세계은행은 이 홍수로 인한 물질적·경제적 손실이 총 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최대 900만명이 홍수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지난 여름 유럽은 기록적으로 가장 더웠다. 세계보건기구(WHO)은 유럽 지역에서 최소 1만5000여명이 열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기상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 40도는 무난한 지경이었다. 포르투갈은 47도까지 올랐고, 스페인도 45도를 기록했다. 올해엔 더 극심한 폭염이 예고된 상태다.
아프리카를 비롯, 대륙 곳곳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피해가 속출했고, 미국 등은 역대급 강도의 허리케인이 강타했다.
작년 11월 케냐에서 가뭄으로 죽어 있는 얼룩말 사진 [AP] |
작년 10월 허리케인 이안 때문에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다리가 끊어졌다.[AP] |
기후학자는 이상고온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올 하반기엔 엘니뇨의 영향으로 이와 같은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영국의 ‘크리스천에이드(Christian Aid)’의 ‘2022년 기후재난 비용 집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발생한 10가지 극한 기후재난으로 인한 비용이 30억달러(약 3조8000억원)~ 1000억달러(약 126조7000억원)에 이른다. 10대 재난 비용을 합치면 1681억달러(약 212조원)다.
보고서는 이 추정치가 보험 손실만을 기반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피해액은 이를 훨씬 웃돌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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