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마포구에서 한 시민이 음료를 일회용컵에 포장했다. 주소현 기자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번거롭지만 그래도 해야죠. 돈 300원이 어딘데.”
우여곡절 끝에 300원의 보증금을 주고받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된 지 석달 째다. 지난해 12월 2일부터 지난 3일까지 회수된 일회용컵만 약 40만개. 300원씩 반환한 금액은 1억2000만원 수준에 이른다. 아직 세종, 제주 일부 지역에 한해서지만 서서히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 이렇게 수거한 일회용컵들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환경을 보호하고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겠다는 취지에 맞게 활용되는걸까?
결론적으론, 아직 미흡하기만 하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업계에선 ‘컵→컵’, 즉 수거한 일회용컵을 다시 일회용컵으로 쓸 수 없는 한계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직원이 일회용 컵에 커피를 포장하고 있는 모습. [연합] |
얼핏 생각하면 이해가 쉽지 않다. 일회용컵을 다시 세척해서 또 쓰게 되면 자원낭비도 막고 가장 간단하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 같이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도가 이뤄지지 않는 건 제도 정비가 아직 뒷받침되지 못한 탓이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현재 일회용컵 보증금제로 수거된 일회용컵들은 수거업체, 재활용업체 등을 거쳐 전달된다. 재활용업체는 수거한 일회용컵을 재가공해 옷이나 건축자재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회용컵은 컵으로 재활용돼야 컵에서 컵으로 무한히 순환하는 고리가 완성될 수 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계기로 음료를 담았던 컵만 선별, 수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이 보증금제 시행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
일회용컵을 컵으로 재활용 할 수 없는 배경엔 식음료 등을 아무 용기에나 담을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환경부와 식품안전의약처는 위생 등의 이유로 식품용기 재료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허용된 건 생수병 등 투명 페트병이다. 이에 한해선 식약처에서 지난 1월 폐페트병을 재활용 원료로 인정, 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과 함께 업계에선 투명 페트병처럼 일회용컵도 이 같은 허용을 해달라는 게 요지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 비치된 일회용 컵과 빨대들. 주소현 기자 |
일회용컵을 일회용컵으로 다시 쓰려면 재질도 보완해야 한다.
얼음이 든 음료를 포장하는 데 주로 쓰이는 투명한 일회용컵의 경우 비슷비슷해 보여도 재질이 다 다르다. 밀폐용기나 물병 등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과자트레이나 소스 용기 등으로 주로 사용되는 폴리스티렌(PS) 등이 섞여 있다.
투명 페트병이 ‘병→병’으로 순환체계를 쉽게 구축한 것도 투명 페트병은 이름대로 폴리에스테르(PET)라는 단일 소재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또 무라벨 생수병처럼 일회용컵도 컵에 인쇄하는 상표 등이 없어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확대되면 재활용하기 좋은 일회용컵만 따로 모일 테니 컵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제도 개선과 컵 재질 표준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수 ‘아리수’가 라벨이 없이 출고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되고 있는 세종과 제주의 카페들을 대상으로 일회용컵 표준화에 나서고 있다. 컵의 재질에 따라 카페가 수거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에 차이를 두는 식이다.
카페는 수거업체에 처리 비용으로 재활용하기 쉬운 단일 소재로 된 표준용기는 개당 4원, 비표준용기는 10원씩 내야 한다. 처리 비용이 낮은 표준용기를 구입할 유인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중 재활용에 용이하도록 인쇄가 돼있지 않거나 단일 재질로 된 컵을 표준용기로 지정했다”며 “표준용기 처리 비용을 더 낮게 책정해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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