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브랜드 H&M의 2019년 유튜브 광고의 한 장면. ‘H&M의 의식있는 2019년 콜렉션: 지속가능한 패션 미래를 위한 옷’이라고 설명돼 있다. [H&M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의식 있는(Conscious)’, ‘친환경디자인(Ecodesign)’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들이다. 하지만 실제 해당 제품이나 기업이 그럴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미 일부 기업은 이 같은 친환경 용어를 함부로 광고에 썼다가 12억원에 달하는 벌금 폭탄을 맞을 뻔했다.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마치 친환경적인 양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 이른바 ‘그린워싱’이 세계적으로 문제다. 이에 각국 정부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과태료 부과 제도 시행을 앞둔 상황이다.
그린워싱은 최근 ESG가 중요한 기업 경영 화두로 부각되면서 더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EU집행위원회의 온라인 시장 조사(2021년)에 따르면, 친환경 광고의 42%는 거짓이거나 기만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특히 문제가 있는 344개의 광고 중에서도 59%는 친환경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각국이 그린워싱에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네덜란드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돈을 토해낸 기업은 바로 의류 브랜드 H&M과 데카트론이다. 네덜란드 소비자시장당국이 2021년 두 기업이 사용한 용어들이 제품에 적합한지,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성의 근거를 충분히 설명했는지 조사했더니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스포츠의류 브랜드 데카트론의 2021년 광고 [인터넷 캡처] |
네덜란드 소비자시장당국은 최대 90만유로(약 12억원) 또는 총 매출의 1%를 벌금으로 부과한다. 기업이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주장할 때 사실로 입증돼야 한다.
벌금을 맞기 전에 업체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돈을 내놨다. H&M은 50만유로(약 6억8000만원), 데카트론은 40만파운드(약 6억1700만원)의 기부금이다. 친환경 등의 용어를 아예 없애기도 했다.
네덜란드 소비자시장당국은 이 외에도 에너지, 유제품 기업 등 170여개 업체에 서신 등을 보내 잘못된 친환경 광고 등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H&M의 2016년 광고 [인터넷 캡처] |
프랑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그린워싱 벌금을 법제화한 국가다. 그린워싱으로 판별되면 홍보 비용의 8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고, 회사 웹사이트에 30일간 해명 자료를 올려야 한다.
영국도 그린워싱으로 소비자법을 위반하는 경우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소비자법이 지난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호주는 작년 10월 그린워싱 벌금 부과 첫 사례가 나왔다. 대상은 에너지 기업인 Tlou에너지, 벌금은 5만3280 호주달러(약4700만원)였다. 전기가 탄소중립적이고 재생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주장을 했다가 벌금을 내야 했다.
에이스침대의 ‘마이크로가드 에코’. 침대 전용 방충·항균·항곰팡이 케어 제품으로 ‘인체에 무해한’이라는 표현을 썼다 환경부 행정지도를 받았다. [에이스침대 홈페이지] |
국내에서도 ‘그린워싱 벌금’이 올해 안에 나온다. 환경부는 환경성 표시·광고 규정을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한국 친환경 소매시장 규모는 2001년 1조 5000억 원에서 2010년에는 16조원, 2020년에는 3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그린워싱 사례도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달 환경부는 에이스침대의 마이크로가드 에코 제품 설명 중 ‘인체에 안전한’이라는 문구를 수정하라는 행정 권고를 내렸다. 윤활유를 ‘탄소중립’이라고 광고한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도 환경부의 시정명령 사전 통지를 받고 제품 판매와 광고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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