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은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는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발사했다. 7차 핵실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의 핵무기에 관한 담론들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핵무기에 대한 인식은 역사적으로 사용 전례가 없는 무기 효과의 추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남북한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핵무기의 효과에 대해서는 경험적 사례가 아니라, 연역적 추론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핵전략은 다른 유형의 군사전략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무기 효과에 대한 추론을 해왔던 국가들은 핵무기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다양하다. 또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했다. 냉전 초기 미국의 핵무기 사용을 책임졌던 전략공군사령부의 두 번째 사령관이었던 파워 장군은 핵무기를 전쟁 승리의 수단으로 간주했다.
미국과 소련이 서로 핵공격을 주고받은 후, 마지막으로 러시아인이 한 명이 살아남고 미국인이 두명이 생존한다면 미국의 승리라는 식이다. 그러나 같은 시대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는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승자는 없을 것이며, 핵전쟁은 억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같은 시대 같은 국가에서도 핵무기에 대한 인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와 같은 인식 차이는 핵무기를 어느 정도까지 보유하고 어떻게 배치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대표적으로 두 가지의 다른 주장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상대방의 전력 증강과는 관계없이 생존성을 갖춘 최소한의 핵보복 전력만 있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핵전력의 생존성이란 쉬운 요구가 아니어서, 사일로와 이동식 미사일 및 전략 잠수함의 보유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 분산된 핵 운반 수단들에 대한 지휘통제 능력 및 보복을 위해 필요한 정교한 조기경보 능력 등이 필요하다. 물론 이 능력들을 다 갖출 때까지는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 그리고 두 번째 주장은 상대방 국가의 전력 증강에 맞춰 핵무기 증강과 함께 피해를 최소화할 능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미사일 방어 능력도 필요하고 또 상대의 미사일 방어를 관통하기 위한 기술 경쟁력도 요구된다. 미국 내에서는 줄곧 이 두 가지 주장이 경합해왔지만, 최근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 의하면 두 번째 주장이 또다시 채택되었다. 그런 가운데 NPR에서는 첨단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의 상호 보완을 넘어선 상호 결합과 조율까지 강조하는 인식도 드러나 있다. 오늘날 많은 핵 운반 수단과 경보 수단들이 우주에 의존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주전력을 포함한 첨단 재래식 무기는 핵무기 효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에 대한 인식은 이처럼 다양하면서도 변화가 많았는데, 지속적인 과학기술의 발전도 그 원인 중의 하나로 보인다. 따라서 오늘날 북핵 현실 속에서 우리의 핵무기에 대한 인식 역시 이러한 다양성과 변화를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핵무기를 불변의 인식 대상으로 간주하는 목소리들이 우리의 담론 속에 아직도 많이 있다는 것은 핵무기에 대한 우리 인식의 지평이 더 넓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공군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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