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유권해석으로 가능
금융규제 샌드박스 적용도
非증권형은 별도법령 제정
증시 부진에 고민이 깊어진 증권사들과 자산관리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게 됐다. 지난해부터 호시탐탐 노려온 가상자산시장 진출길이 열리면서다.
다음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증권사와 은행의 가상자산시장 진출을 사실상 열어주기로 했다. ICO(가상 자산공개)를 허용하면서 증권형 코인과 비(非)증권형을 구분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증권형 코인’은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포섭이 가능하다. 별도법 제정 과정 없이 현행법만으로도 기존 금융회사들이 취급할 수 있다.
인수위원회는 최근 공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국내 ICO 여건 조성을 위해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증권형’과 ‘비증권형’(유틸리티, 지급결제 등)으로 규제 체계를 마련하겠다”면서 “증권형 코인은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 자본시장법 규율 체계에 따라 발행될 수 있도록 시장 여건을 조성하고 규율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필요 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우선 활용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비증권형 코인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논의를 통해 발행·상장·불공정거래 방지 등 규율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새로 법을 만들지 않더라도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조속히 ICO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이른 시간 내에 기업들은 코인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증권사들이 발행을 주관하고 자본시장법상 설립된 거래소에서 거래도 가능할 전망이다. 증권으로 분류되므로 기관투자자는 물론 각종 연기금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도 가능하다. 증권형 코인을 기초로 한 각종 파생상품도 만들 수 있다. 현재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 가운데서도 증권형 코인으로 요건만 갖추면 자본시장에 정식으로 편입될 수 있다.
인수위가 자본시장법을 바탕으로 ICO를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은 데에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뮤직카우의 음악저작권 조각투자상품을 ‘증권’으로 인정한 게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이 가상자산을 포섭할 수 있다는 첫 유권해석이다.
그동안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가상자산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제도의 부재’였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영업과 건전성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해석이 애매해 보유는 물론 발행·매매·중개 등의 행위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서 금융투자상품은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재 또는 장래의 특정 시점에 금전, 그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취득하는 권리다. 증권은 금융투자상품으로서 투자자가 취득과 동시에 그 값을 치른 것이다. 증권은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등 6가지로 나뉜다.
금융위는 증권 해당 여부를 권리표시방법과 형식이나 특정 기술 채택 여부에 관계없이 그 권리의 실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음악저작권 조각투자가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됐다. 미국은 증권성 판단 기준으로 대법원이 제시한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금융위와 유사하다.
기존 가상자산거래소들에는 달가운 소식이 아닐 수 있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 인가를 받지 못하면 현재 상태로는 증권형 ICO시장 참여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추가로 증권사 인가를 받거나 기존 회사를 인수하면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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