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법 다양 사실상 ‘고무줄’
2대주주 투자회수에 최적화
직원들 자사주투자 독려까지
증시가 부진하면서 공모주 투자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졌다. 공모가라는 게 사실상 ‘고무줄’ 처럼 팽창·수축이 쉽다 보니 상장 후 시가는 시장 유동성 영향을 많이 받는데 최근 상황은 아무래도 값을 후하게 쳐주는 분위기가 아니다. 특히 공모가를 다시 산정한 기업을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증권신고서를 반려당했던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는 좋은 사례다. 이달 기업공개(IPO)하는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더 각별히 살펴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사례처럼 아무래도 일반투자자보다는 지배구조나 기존 주주의 수익을 챙겨주려는 의지가 강하게 읽혀서다.
SK쉴더스는 희망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비교 대상 기업과 덩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지적에 ADT와 알람닷컴(ALARM.COM), 퀄리스(Qualys)를 타이완세콤과 사이버원으로 대체했다. 기업가치가 4조7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줄었지만 희망공모가 범위는 3만1000~3만8800원으로 같았다.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경제적 가치(EV/EBITDA)는 16.12배에서 14.86배로, 주당가치는 5만2044원에서 4만6679원으로 떨어졌지만 할인율을 25.45~40.32%에서 16.88~33.39%로 낮추면서다. 할인율은 최소 기대수익률이다. “공모가가 높은 게 아니냐”는 시장 지적에 투자자의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답한 셈이다.
SK쉴더스의 ‘고집’으로 “시가총액 2조5000억원대인 에스원보다 못한데 왜 기업가치는 더 높은가?”는 질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매출과 세전이익은 에스원 2조3125억원에 1707억원, SK쉴더스 1조5497억원에 317억원이다. SK쉴더스 매출은 25.5%가 특수관계인이다. 동일 영역이 물리보안 외에 에스원과 차별화된다는 사이버보안과 융합보안의 계열사 비중은 각각 56.7%, 73.4%다. 이번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비교 기업 EV/EBITDA는 물리보안 8.78배, 사이버보안 20.94배다. 계열사 매출이 큰 부분 덕에 공모가가 급등한 셈이다. 내부 비중이 크다는 것은 대외경쟁력이 아직 낮다는 방증일 수 있다.
역시 SK그룹 계열사인 원스토어는 비교 기업의 매출액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인지(PSR)를 따지는 방법으로 희망공모가 범위를 정했다. 적자 기업이어서 이익을 기준으로 한 가치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덩치 차이가 어마어마한 애플, 알파벳, 카카오와 비교했다가 ‘적정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텐센트, 네이버, 카카오, 넥슨으로 바꿨다. 여전히 덩치 차이는 크다. 그런데 PSR가 7.05배에서 7.34배로, 주당가치는 5만6347원에서 5만8678원으로 더 올라갔다. 할인율을 26~39.1%에서 28.9~41.5%로 살짝 더 높였지만 희망공모가 범위는 3만4315~4만1697원에서 3만4327~4만1720원으로 높아졌다.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시장의 지적에 ‘더 높다’며 맞선 셈이다.
상장 공모에서 구주매출이 많다면 투자·재무개선보다 기존 투자자 이익보장을 목적으로 봐야 한다.
SK쉴더스는 신주발행(1445만주)에 버금가는 구주매출(1265만주)을 한다. 2대주주인 블루시큐리티인베스트먼트 보유분의 45.2%다. 이들은 2018년 SK텔레콤이 ADT캡스를 인수할 때 재무적 투자자(FI)로 5740억원을 투자해 현재의 지분을 얻었다. 이번에 구주매출 지분의 취득가는 2594억원이다. 희망공모가 상단이면 4908억원에 팔게 된다. 90% 이상의 수익률이다.
원스토어는 공모주의 29%(193만5000주)가 구주매출이다. 2대주주인 SKS키움파이오니어 보유분의 절반이다. 이들은 2019년 3자 배정증자 때 주당 2만5185원에 현재의 지분을 확보했다. 희망공모가 상단이면 3년 만에 66%의 수익률이 가능하다. 이번 IPO 과정에서 원스토어는 직원들의 자사주 취득을 위해 회사 측이 담보를 제공했다. 지난해 3월 케이티와 LG유플러스에 3자배정 증자를 할 때 보통주 발행가는 주당 3만25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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