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0.1~0.2% 저원가 예금이 예대마진 높여
은행, 가계대출 줄어도 기업대출 늘며 수익↑
인뱅·저축銀·핀테크 파킹통장, CMA 활용을
10세기 당(唐)을 무너뜨린 리고 후량(後梁)은 ‘작서모세(雀鼠耗稅)’를 징수했다. 곡식을 정부 창고에 보관할 때 새나 쥐가 축 내는 분량에까지 세금으로 부과하기 위해 만들었다. 가혹한 세금제도의 사례로 꼽힌다. 그런데 다르게 보면 당시 그만큼 쥐가 갉아먹는 쌀이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안전하게 보관된다고 여겼던 내 돈을 누군가 갉아 먹고 있다면 어떨까? 보관 방법을 바꾸거나 몰래 돈을 가져가는 것들을 쫓아내야 한다. 요즘 은행예금이 그렇다. 가만히 두면 가치가 떨어진다.
다들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4대 시중은행은 1분기에 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올 들어 석달새 벌어 들인 순이익이 3조272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5124억원) 보다 무려 30.3%가 많다. 지난해 4분기(1조7701억원)와 비교해서는 84.9%나 급증했다. 주수익원인 원화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7.3%, 직전분기 보다는 0.9% 늘어났는데 이익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늘었다.
대출 보다 이익이 더 늘어난 것은 원가를 낮췄기 때문이다. 4대 은행 원화예수금은 올 1분기말 1169조원으로 1년 전보다 7.2%, 직전 분기보다 1.3% 늘었다. 주목할 부분은 이른바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의 증가폭이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하나·우리 은행 모두 저축성예금 보다 증가폭이 컸다. 저축성예금 금리는 연1%가 넘지만, 월급통장을 포함한 이들 저원가성 예금 금리는 연 0.1~0.2%대다. 기준금리에도 한참 못 미친다. 최근 물가까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실질금리로 따지면 사실상 연 2~3%대의 마이너스다.
4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1분기 1.42%포인트에서 꾸준히 상승해 4분기 1.49%포인트까지 오르고 올 들어서는 1.54%포인트까지 치솟는다. 대출잔액까지 늘었으니 순이자수익이 급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금리상승은 은행들의 기업대출 영업도 돕고 있다. 1분기말 4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570조원으로 지난해 말(575조원) 보다 줄었다. 이 기간 기업대출 잔액은 572조원으로 이 기간 15조원이 늘었다. 근래 보기 드물게 기업대출이 가계대출을 앞질렀다. 시장 금리가 오르자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 문을 두드리면서다. 올 1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4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조원) 보다 14%가량 줄었다. 은행의 기업대출은 주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SOHO)가 많이 이용한다. 통상 대출금리가 가계대출 보다 높다.
4대 은행이 속한 4대 은행지주는 올 1분기 인건비로 7조9390억원을 썼다. 순이익의 67.8%다. 사상 최대 순이익에 높은 물가상승률까지 겹치며 올해 은행권 임금협상에서 급여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주주들 압력에 배당도 더 하고 자사주 매입에도 나설 듯하다. 주요 재원은 대출 고객에게 받은 높은 이자와 예금 고객에 덜 준 이자다.
이쯤 되면 굳이 은행 요구불·수시입출금예금에 돈을 둘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모바일뱅킹이 보편화된 만큼 최대한 이자를 많이 주는 곳에 돈을 모을 필요가 있다. 토스뱅크는 모든 예금(1억원 이하)에 연 2% 이자를 준다. 저축은행과 핀테크의 이른바 ‘파킹통장’도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보다 훨씬 이자율이 높다. 증권사 CMA도 은행보다 낫다. 가급적 이들 통장을 활용할 때다.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어 목돈을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하려면 물가연동국채에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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