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갈등 따라 글로벌 경제구조 변화
중앙銀 긴축, 펀더멘털 훼손은 어려워
반전국면 주도 기업·국가 선제 투자를
만기별 채권의 수익률을 하나의 선으로 이은 것을 수익률 곡선(yield curve)라고 한다. 장기금리가 하락하고 단기금리가 상승하면 이 곡선이 평평해진다. 성장이 정체되고 이자비용이 오르니 경기둔화 조짐이다. 반대의 경우에는 곡선이 가팔라지며 경기 개선의 신호로 여겨진다. 최근 장단기 금리역전 조짐이 뚜렷하다. 수익률곡선 평탄화(flattening)로 1~2년 이내 불황이 다가올 조짐이다.
두 자산간의 상관관계로 경기를 진단하는 방법도 있다. 유가와 주가의 비교다. 변동성에서 절대값의 차이는 있지만 유가와 주가는 비교적 같은 흐름을 보여왔다. 그런데 최근 상관관계가 높았던 두 자산이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전형적인 스태그플리이션 반영이다. 2000년대 초 인터넷 버블 때 나타났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주요한 증시 변곡점에서도 유가와 주가 움직임의 괴리가 커졌다.
유가가 급등하면 증시가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증시의 가장 큰 부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란 반증이다. 미국과 서방은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를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배제시키려하고 있다, 아마 전쟁이 끝나도 서방은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이용을 꺼릴 게 뻔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3일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차질이 유럽경제를 불황으로 내몰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와 함께 식량 가격도 오르면서 유럽은 물론 신흥국 경제도 치명상 위기다. 외환위기를 넘어 기근을 걱정해야하는 곳까지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가와 마찬가지로 전쟁이 끝나도 식량 등 다른 자원에서 동서간 단절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서로 협력하던 동서가 철저히 살림을 나누면 모든 면에서 비용은 높아지고 효율은 낮아지는 국면이 불가피하다.
이론적으로 유가와 주가의 동행이 회복되고,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되살아나면 경제가 정상화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전쟁의 종료만으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결국 동서 진영간 충분한 생산력을 확보해 수급 균형을 이룰 때 가격안정이 가능해진다. 한동한 달아오른 ESG 열풍으로 화석연료 생산능력 확충이 지연됐다. 투자를 재개하고 가동까지 이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원자재 수급 안정이 이뤄지는 동안 불황이 깊어지는 것을 막을 방법은 통화정책이다. 단기금리 인상에 제동을 거는 방법이다. 최근 연준은 강력한 긴축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 경기에 부담이 될 지 뻔히 알지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전세계적으로, 민간과 정부를 통틀어 빚이 너무 많이 늘었다. 인플레까지 대두한 지금 부채를 줄이지 못하면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한동안 중앙은행 수장들의 발언은 애매했다. 유연한 대처를 위한 ‘전략적 모호성’이었을 지 모른다. 요즘은 전혀 다르다. ‘예고’ 수준이다. 심리적 효과를 노렸다고 봐야한다. 강한 발언으로 실제 중앙은행의 공식행보보다 더 큰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계산이 보인다. 기준금리를 덜 올리고도 더 올린 효과다. 차입 축소 국면에서 실제 기준금리를 너무 높이면 오히려 금융위기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
어려운 국면에서는 강한 곳이 가장 유망하다. 달러를 가진 미국이다. 우리 증시는 간판 제조기업들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을 지가 중요하다. 에너지 생산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에 따른 설비투자 수요가 꽤 상당할 수 있다. 미국과 서방의 중국 견제가 계속된다면 제조업 분야에서는 우리와 독일, 일본의 경쟁이다. 경쟁에서 우위에 설 곳을 골라 긴 호흡으로 투자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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