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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긴축백신, 우크라이나, 연금의 귀환
러 협상 가능성에 무게둬
인플레 이미 예고된 경로
국민연금 주식 매입 임박
값 싸진 유망주식 사둘만

매를 맞을 때도 각오를 하면 덜 아프다. 보통 백신을 맞으면 해당 질병에 걸릴 확율이 크게 떨어진다. 예상한 악재는 생각보다 위력이 크지 않다. 공포가 가장 깊을 때가 끝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시장은 불안요인이 상당하지만, 대부분 낯설지 않다. 극적 반등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전은 가능해 보인다.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지만 코스피가 약세장 진입(고점대비 20% 하락, 20650선)은 피하고 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는 있지만, 긴축에 전쟁 불안까지 겹친 점을 감안하면 그 강도가 ‘이탈’ 보다는 ‘반응’ 수준이다. 패시브 자금 매수 경로인 프로그램 비차익매매는 이달 들어 순매수다.

러시아의 첫 군사행동은 주요 거점 공습에 이어 키예프로 진격하는 전격전이 아니다. 푸틴 대통령이 분리를 승인한 우크라이나 내 2개 지역의 평화유지가 명분이다. ‘침입(invade)’이지만 무력충돌은 아니어서 아직 ‘침공(aggression)’까지는 아니다. 러시아로서는 작지만 그래도 일단 성과는 얻었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는 우크라이나 진입이 어렵다. 러시아와 힘으로 맞서기에는 너무 약하다. 영국・프랑스・독일은 냉전해체 이후 미국에 방위를 의존하며 군축을 진행했다.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하면 유럽도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된다. 이번 ‘침입’에 미국과 서방이 예고한 제재는 국지적이다.

러시아 군이 벨라루스에 영구주둔하기로 했다. 나토 동부전선의 핵심인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게 됐다. 남쪽 우크라이나에 이어 북쪽 발트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에 대한 압박도 강화됐다. 러시아에는 의미 있는 서진(西進)이다. 나토의 동쪽 끝을 서쪽으로 밀어낼 때 유용할 지렛대다.

협상으로 얻을 수 있다면 무력 보다는 기회비용이 적다. 전면전을 벌이면 시가전이 불가피하다. 랜디보고서(1996년)를 보면 시가전에는 인구 1000명당 전투원 20명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인구를 감안하면 90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이나 서방이 저항군이나 시민군을 지원할 가능성도 크다.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 국민들의 친지나 가족들도 많다. 피를 많이 흘리게 되면 러시아 국내 여론도 악화될 수 있다.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은 경제회복의 반증으로 볼 수 있다. 금융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탈출한 미국은 연준이 이미 2015~2018년 9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었다. 1년에 4번 정도다. 이번 인상 역시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연준이 예고했고, 시장도 이미 각오한 길이다.

자산시장에서 금리의 변화는 가격의 조정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로 값이 많이 오른 미국 기술주의 조정이 큰 게 당연하다. 우리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해 조정받을 이유가 적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미국보다 먼저 이뤄졌다. 외환시장도 채권시장도 잠잠하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지난해 11월말 2018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1년말 비중은 목표인 16.8%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주가가 더 하락하고 연기금도 순매도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 비중은 훨씬 더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말 주식비중(국내+해외) 목표는 41.9%다. 2025년 목표는 50%내외다. 지난해 말 44.9%인 채권은 35% 내외로 줄여야 한다. 주식을 더 사야 한다.

물론 당분간 상당한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긴축의 강도나 전쟁의 양상을 예단하기도 이르다. 하지만 현재의 값으로는 사기 힘든 주식과 자산을 사 둘 만한 때다. 3년이나 5년 후 시장을 지배할 변화가 무엇인 지 읽는 게 중요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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