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는 동유럽권 질서 재편
작정한 푸틴 실질성과 필요
러시아 장기 추가팽창 유력
1938년 히틀러는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에 주데텐(Sudent) 지방을 요구한다. 이미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히틀러는 이른바 ‘독일인의 지역(Lebensraum)’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당시 독일계가 많이 거주하던 주테덴 주변에 군사력을 배치한다. 전쟁을 두려워 한 영국과 프랑스는 히틀러의 요구를 수용, 뮌헨협정을 맺는다. 체엄벌린 영국 총리는 전쟁을 막았다며 열렬히 환호받기도 한다. 독일은 이후 주데텐을 넘어 체코슬로바키아 전체를 점령하고 이듬해 폴란드를 침공,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글로벌 경제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설마 전쟁이 날까’했던 시각이 많았지만, ‘전쟁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실제 나오기 시작했다. 충돌이던 타협이든 짧게 끝날지, 길게 갈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짧게 간다면 ‘원자재 쇼크’로 끝날 수도 있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 인플레나 금리의 폭주도 결국엔 진정될 수 있다. 길게 간다면 코로나19에 이은 또다른 글로벌 가치사슬의 중대 변수다. 러시아는 전세계 원유시장의 큰손일 뿐 아니라 유럽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40%를 공급하는 국가다. 동유럽은 이미 유럽연합 내에서 제조업 생산 등에서 핵심적적 역할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자원은 반도체와 전기차 공급망 대란을 가져올 정도로 글로벌 경제에 중요하다. 이번 갈등이 잘 해소되지 못하면 미·중에 이어 미·러간 대결로 세계가 쪼개질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는 반복된다. 1938년의 역사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번과 꽤 닮았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2008년 조지아, 2014년 크림반도 등의 연장선에 있다. 소비에트 붕괴 이후 패권국가의 자존심이 구겨졌고, 서방의 경제제재로 체면까지 땅에 떨어진 러시아다.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이 ‘턱 밑의 비수’라면, 이미 나토에 가입한 ‘발틱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은 모스크바의 이마를 겨냥한 ‘삼지창’이다. 러시이와 국경을 직접 맞대려는 나토의 동진(東進)을 되돌리고 우크라니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인정하라는 게 푸틴의 조건이다. 이례적으로 극동군에 발틱함대까지 동원하고 벨로루스를 통한 키예프로의 최단 진격로까지 확보한 러시아다. 빈손으로 물러서기엔 너무 많이 왔다. 푸틴으로서는 뭐든 손에 쥐어야 물러날 수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곧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다. 노련했던 메르켈은 이미 물러났다. 얼마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만났던 숄츠 총리지만, 나토에 대한 결정권은 없다. 독러 담판은 불가능하다. 미국과 유럽의 이견이 크면 전쟁도 협상도 모두 어렵다.
우크라이나 주변 뿐 아니라 발틱 3국에도 나토군이 증강배치됐다.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의 범위가 동유럽 전역임을 방증한다. 최근 베이징에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손을 잡았다. 마침 러시아에 ‘눈엣가시’인 리투아니아는 최근 대만과 국교를 맺으며 중국과 극한 대립 중이다.
러시아가 무력을 쓴다면 최대한 시가전을 피하고 단기간에 우크라이나 정부를 장악하려 시도할 수 있다. 서방은 무력보다는 경제제재로 맞서고, 이에 러시아가 자원을 무기화하며 반격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시장 충격은 크겠지만, 양쪽 모두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타협의 필요성도 커질 수 있다.
극적인 타협이 이뤄진다면 결국 서방과 나토가 동유럽에서 러시아에 뭔가를 내줘야 한다. 이번 갈등은 봉합될 수 있지만 서방의 약점을 본 푸틴은 또다른 노림수를 생각할 수 있다. 나토는 일단 물러섰지만 추후 전력 증강을 통해 러시아의 추가적인 팽창에 대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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