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평가방식…기간만 20→10년
美바이오젠 0.81조 투자 2조 수익
‘할부’로 매입…삼성 자금부담 지속
비상장 계열사 주식의 회계처리를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 평가가 6년만에 다시 이뤄졌다. 결과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이다. 분명 재무제표상 가치는 크게 커졌는데, 가치는 사실상 그대로다. 또다른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말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1.2%가치를 4조8086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를 전체 기업가치로 환산하면 5조2724억원이다. 합작 파트너인 미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를 보유할 콜옵션을 가진만큼 보유지분을 공정가치로 평가한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한다.
지난 달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를 2조7655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지분 100%로 환산하면 5조5310억원이 된다. 만 6년간 기업가치는 5%, 2586억원 높아지는 데 그쳤다. 하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재무상황은 그간 크게 달라졌다.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산 6541억원, 자기자본 2905억원, 매출액 239억원, 세전손익은 1666억원 적자였다. 지난 해말 기준으로는 자산 2조7839억원, 자기자본 9559억원, 매출액 8470억원 세전손익은 1746억원 흑자다. 6년 전과 현재 모두 기업가치 산정에는 현금흐름할인방식이 사용됐다. 달라진 것은 6년 전에는 20년, 현재는 10년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번 거래를 위해 한올회계법인은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의 영업실적을 예상했다. 이 기간 세후영업이익 누적액은 6조1000억원이다. 바이오젠이 받을 돈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10년치 이익에 해당하는 셈이다.
삼성과 바이오젠은 22억5000만 달러의 주식 매매대금 외에 2027년까지 5000만 달러의 성과연계 인수금액(earn-out payment)도 정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신약 개발회사다.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인 바이오젠과의 협업으로 출발했다.그 동안 바이오젠이 기여한 부분의 성과가 시간차를 두고 나타날 것에 대비한 장치로 보인다.
바이오젠은 그 동안 삼성바이오에피스에 8100억원을 출자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출자한 1조8000여억원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2018년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 50%를 갖게 됐고 다시 3년만에 이를 지분을 삼성에 매각했다. 최소 2조원, 많게는 2조5000억원 가량의 차익이 예상된다.
이번 거래로 삼성이 부담할 재무부담은 상당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거래와 함께 3조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 해 9월말 기준 현금흐름표상 현금및현금성자산이 1293억원에 불과해 자체 자금으로는 결제가 불가능해서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기존 주주에게 조달할 3조원 가운데 1조2024억원을 삼바에피스 지분 매입 대금으로 치르기로 했다. 일단 10억 달러(1조2000억원)만 4월에 먼저 지급하고, 이후 2년에 걸쳐 나머지 12억5000만 달러를 치르는 할부방식이다. 2년 내에 1조5000억원 이상을 자체 마련하지 못하면 또다시 주주에 손을 벌려야 할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