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여
전고점 회복보다 추가하락 무게
코인별 각 생태계서 쓰임이 중요
새해 들어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가격이 하락세다. 채권시장이 중앙은행의 공격적 긴축 전환을 선반영하면서 가격이 재조정되는 모습이다. 유독 가상자산 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 비트코인은 5개월여 만에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4만 달러 선도 무너졌다. 지난 해 7월 잠시 맛봤던 ‘지옥’이 가까워오는 모습이다. 시장도 하나의 생태계다. 먹이 사슬이 존재한다. 자산 가격도 치명적 약점, 달리 말하면 천적을 갖고 있다. 가상자산의 천적은 과연 무엇일까?
주식이나 채권처럼 펀더멘털 분석이 어렵기에 반등 여부와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상자산 가격추이를 시계열로 늘려 어떤 전통 자산과 흐름을 같이하는 지를 살펴보면 향후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는 미국 국채금리, 특히 장단기 금리차와 상당히 동행한다.
비트코인이 ‘뜬’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이뤄진 미국의 ‘무제한 달러’ 작전에 대한 반발이다. 연준과 재무부 마음대로 찍어내는 달러 가치에 대한 불신이다. 이제 경기가 좋아져 시중에 푼 달러를 회수하겠다고 하니 비트코인의 명분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긴축전환에 따른 미 국채 수익률(yield) 상승은 현금흐름이 없다는 비트코인의 약점도 자극한다. 금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역시 보유해도 이자 같은 현금흐름은 발생하지 않는다. 안전자산(risk off)으로 분류되는 금과 달리 비트코인은 위험자산(risk on)에 더 가깝다. 달러 강세에도 올 들어 금값은 1% 가량만 하락하는 보합 수준이다. 오히려 비트코인 가격의 방향성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와 상당부분 일치한다.
비트코인처럼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 가격을 전망할 때는 투자심리와 수급을 살필 필요가 있다.
JP모건은 최근 고객들을 대상으로 올 연말 비트코인 가격수준 예상치를 조사했다. 이전 고점인 6만 달러선을 예상한 이들이 41%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8만 달러 이상을 예상한 이들이 14%에 그친 반면 4만 이하를 예상한 이들은 45%에 달했다. 전고점을 뚫기 어렵다는 심리가 우세한 셈이다.
최근 1주일 새 미국에서 가상자산 관련 투자상품에서는 2억700만 달러가 이탈했다. 절반이 넘는 1억700만 달러가 비트코인에서 발생한 유출이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5000만원 선이 위협받자 현금화를 위한 거래가 급등했다. 지난 해 12월 초 6000만원이 무너질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한때 지난 달 최고 16조원에 달하며 주식시장을 웃돌던 가상자산 거래대금도 최근 5조원대로 급감했다.
긴축이라는 천적을 만나면서 이제는 ‘무제한 달러발행’에 대한 반작용으로 가상자산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가상자산이 얼마나 쓰임이 있는 지가 중요하다. 빅테크와 게임, 메타버스 등이 구축하는 블록체인 생태계와 연동해 가상자산에 접근해야 한다. 이른바 알트코인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들이 어떤 목적으로 발행됐으며 어떤 생태계에서 어느 정도의 효용가치를 갖는 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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