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를 냄비에 삶는 모습. [123rf] |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문어, 산 채로 삶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랍스터·오징어 등 갑각류 및 연체동물의 ‘동물복지권’이 과학계에서도 화제다. 일부 국가에서 랍스터뿐 아니라 오징어와 문어 등을 산 채로 삶아선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한 동물복지법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도 의견을 보태고 있는 것. 지각 능력이 있는 문어 등을 산 채로 요리하는 것은 물론, 취식하는 것도 ‘학대’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국제 동물복지단체 CIWF(Compassion in World Farming)는 최근 문어 양식에 반대하는 서한을 세계 각국 정부에 보냈다.
CIWF는 서한에서 “문어는 지적 존재인 만큼 양식장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최근 스페인계 다국적 기업 누에바페스카노바(NP)가 오는 2023년부터 양식 문어를 판매하겠다고 밝히자 이 같은 행동에 나선 것이다.
문어 양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과학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브리스톨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제이콥 빈터 박사도 “문어는 식량안보에 필수적이지 않은 동물”이라며 “그런데도 높은 인지능력을 가진 생명체를 식용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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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문어는 다수의 연구 결과를 통해 무척추동물인데도 뛰어난 지각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쥐 수준의 미로학습 능력을 지니고 있고,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과 학대하는 사람을 구별할 줄도 안다.
뿐만 아니라 고통을 느낄 수 없는 존재로 오해하기 쉽지만 ‘지각이 있는 생물’이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 연구팀이 통각 수용체 유무 및 뇌 특정 부위와의 연결 여부 등 8가지 조건을 살펴본 결과, 문어가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아주 강력한’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이는 ‘상당한 증거’가 발견된 오징어·바닷가재보다도 확실한 수준이라는 것이 LSE 측의 설명이다.
이러한 이유로 영국 정부는 지난 5월 발의된 영국 동물복지법에 지난달 문어와 더불어 오징어, 바닷가재 등도 포함시켰다. 해당 동물복지법은 정부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동물이 지각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고려해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도록 하는 걸 골자로 한다.
한편 비척추동물의 동물복지권에 대한 논의는 최근 들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8년 스위스 정부가 랍스터를 산 채로 끓는 물에 넣는 사람에게 벌금형을 내리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다른 국가에서도 관련 법안 검토 등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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