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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 바랜 ‘세계 최초’ 구글갑질방지법...“구글 꼼수에 무력화”
최고의 갑질근절책이라고 자랑하더니
법령 우회 편법횡포 여전
애플도 묵묵부답으로 일관
통행세 부담 여전히 높아
일각 “법적 보완책 마련 시급

한국이 세계 최초로 마련한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자칫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다.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최대 30% 수수료를 떼어가던 구글과 애플에 첫 제동을 걸었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꼼수’로 실효성 있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구글 갑질 방지법’은 구글 앱마켓에서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최대 30%에 달하는 구글의 ‘통행세’를 지불해야 했던 앱 개발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구글은 국내 법령을 우회한 ‘꼼수’로 대응, 사실상 수수료 부담이 여전한데다 애플은 이마저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탄생한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구글의 금지 행위를 구체화하는 등 법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구글 ‘꼼수’...수수료 부담 여전=14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오는 18일부터 제3자 결제 병행 의무를 담은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용자는 구글의 인앱 결제와 타사가 자체적으로 설계한 제3자 인앱 결제(외부결제)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구글 시스템 내에서 결제가 이뤄져 큰 틀에서 기존과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구글 인앱 결제냐, 제3자 인앱 결제냐 차이일 뿐 ‘인앱 결제’와 ‘고액 통행세’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수수료 부담이 여전하다. 이용자가 ‘제3자 인앱 결제’를 사용하더라도 앱 개발사는 구글에 최대 26%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 이용 시 내야 할 수수료에서 4% 포인트 인하됐을 뿐이다. 구축 운영 비용, 2~3%의 신용카드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기존 30%의 수수료율과 별반 다를 것 없이 과도하다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구글은 자사 결제 시스템 이용 시 ▷게임 30% ▷일반 구독 콘텐츠 15% ▷웹툰·전자책·음원 10%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제3자 인앱 결제 시 앱 개발자는 구글에 의무적으로 매출 일부와 결제 데이터를 납부해야 한다. 앱 내에서 결제 아웃링크를 적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인하했지만 PG(전자지불대행서비스) 혹은 카드 수수료, 결제 시스템 탑재 위한 개발자 배치 등을 고려하면 기존 30%보다 비용이 더 든다”며 “사실상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애플이다. 애플의 국내법 ‘패싱’은 노골적인 수준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이사회에서 “한국의 인앱결제금지법에 밀리면 안 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국회는 결제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요청했으나, 이에 대한 답 역시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자 국회는 반(反) 구글·애플 연대를 결성, 글로벌 공조에 시동을 걸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산업 전시회 ‘CES 2022’를 시작으로 미국, 유럽 등에서 앱 생태계 공정성에 대한 여론을 조성한다.

▶“금지 행위 구체화해야”...보완 시급=업계와 법조계는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글이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용어를 구체화하고, 앱 마켓 사업자의 의무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기술적으로 다른 결제 방식을 제한하는 행위 ▷모바일 콘텐츠의 등록·갱신·점검을 거부·지연·제한하거나 삭제·차단하는 행위 ▷수수료·노출·검색·광고 등으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 조건·제한을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 행위로 규정한다. 결제 관련 금지 행위 규정이 직접적인 인앱 결제 강제만 금지할 뿐 현재 구글과 같은 우회책은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민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제 방식’이라는 표현이 결제 시스템(billing system)을 의미하는 것인지 단순한 결제 수단(payment method)를 의미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며 “법의 취지에 따라 결제 방식을 ‘결제 시스템’으로 수정하거나, 결제가 이루어지는 전체 체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앱마켓 사업자의 의무로 ▷외부 결제 및 웹 결제 포괄적 허용 ▷앱 내 다른 시스템 아웃링크 ▷외부 결제 및 웹 결제 안내·판촉 허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다 강력한 제재 방안도 요구된다. 러시아의 연방반독점원(FAS)은 애플이 이용자에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 방식도 알려줘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하자,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러시아 매출을 기준으로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FAS는 지난 4월 애플에 9억 600만 루블(약 1493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국내법은 특정 결제 방식 강제 시 매출액의 2%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구글 갑질 방지법 시행령 및 고시 입법 예고 과정에서 앱 개발사의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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