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 9곳 비교대상 포함
밸류에이션 66%이상 높여
국내 건설주 유례 없는 수준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 밑그림이 다 그려졌다. 기대감으로 장외시장 주가가 급등해 12만원까지 치솟았다. 증권신고서에서 공개된 희망공모가 밴드 57900원~75700원은 물론 상장 할인율 적용 전 1주당 추정가치 8만8958원 보다도 훨씬 높다. 과연 상장 후 현대엔지니어링 주가가 장외가 만큼 급등할 수 있을까?
이번 상장 공모 총매출 1600만주 가운데 1200만주가 구주매출이란 점이 눈에 띈다. 신주발행은 400만주로 많아야 3000억원 남짓이다. 상장의 주목적이 회사의 자금 조달이라기 보다는 기존 주주 지분의 유동화라는 점이 확인된다. 주목할 부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구주 매출량이 유독 많은 점이다.
상장 전 11.72%인 정 회장 지분율은 상장 후 4.45%로 낮아진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4.68%에서 2.67%, 현대글로비스가 11.67%에서 8.57%로 낮아지는 것과 비교해 감소폭이 크다.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9.35%에서 6.86%로 소폭 감소한다.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7만5700원)으로 공모가가 결정된다면 정 회장의 구주매출 규모는 금액으로 4044억원이된다. 하지만 세금 등을 감안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3000억원 남짓일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컸다. 정 회장이 구주매출로 확보한 현금 규모로는 그룹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미치지 어렵다. 정 회장 지분율이 낮아질수록 지배구조 개편과의 연결고리는 약해진다.
현대엔지니어링 예상 시가총액은 희망공모가 하단 4조6293억원, 상단 6조525억원이다. 할인률을 감안하지 않으면 7조1125억원으로 높아진다. 상단 기준이면 현대건설(5조6000억원)을 제치고 건설 대장주가 된다. 하단이어도 EBITDA(세전·이자지급전이익)가 비슷한 GS건설(3조5000억원)이나 대우건설(2조6000억원) 보다 훨씬 높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가에 국내 건설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밸류이이션이 적용된 덕분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가 산정 과정을 살펴보자. 비교기업의 시가총액을 EBITDA로 나눠 EV(경제적가치) 배수 평균치를 산출해 적용했다. 무려 12개사와 비교했는데 무려 9곳이 해외기업이다. EV 평균은 국내사 3곳이 5.1배, 외국사 9곳이 13.82배다. 외국사의 높은 수치 덕분에 현대엔지니어링에 적용할 평균배수도 크게 높아져 11.64배가 됐다.
만약 국내 3사 평균이 적용됐다면 어떨까? EV는 5조484억원에서 2조114억원으로 낮아진다. 순차입금을 포함한 가치도 6조8809억원에서 4조349원으로 줄어든다. 희망공모가 하단(5만7900원)으로 공모자금 유입액(3216억원)을 인정해도 평가 시총은 4조2755원이다. 주당 가치로 따지면 5만3475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할인률을 적용 희망공모가 밴드를 계산하면 3만4807원~4만5507원이 된다. 외국사 9곳을 비교대상에 포함시키면서 공모가가 66% 이상 높아진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상장 직후 코스피200 지수 편입이 유력하다. 기관들의 주요 포트폴리오에 편입이 예상된다.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주주물량이 14.6%에서 33.12%로 2배 이상 높아진다. 지수 편입 과정에서 카카오페이 처럼 유통물량 부족해 주가가 급등할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