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이 공지 뭐야? 오늘부터 카톡 그룹 오픈채팅방에 동영상 올리면 카카오가 볼 수 있다는 거야?”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추가된 공지를 두고 이용자 간 오해가 증폭되고 있다. 자칫하면 “카카오가 동영상을 검열한 후 전송한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늘(10일)부터 시행되는 ‘n번방 방지법’에 관한 후속조치로, 동영상 등을 대상으로 한 필터링 기술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등이 관리한다.
이같은 동영상 필터링 기술은 카카오톡뿐 아니라 국내 포털, 메타(페이스북), 트위터,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디씨인사이드 등)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정작 n번방 사건이 발생한 텔레그램에는 적용되지 않아 벌써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또한, 대상 사업자들은 “하루에만 수천만개씩 올라오는 동영상 등을 모두 필터링 해야 하는 엄중한 사안임에도 충분한 사전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며 서비스 품질 저하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 그룹 오픈채팅방에 추가된 팝업 공지 [카카오톡 갈무리] |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내에 팝업 공지를 추가했다. 사진 및 동영상 전송을 위해 앨범을 누르면 일회성 공지가 나가는 방식이다.
내용은 “그룹 오픈채팅방에서 사진·동영상 전송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비교·식별한 후 전송을 제한하는 조치가 적용되오니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것이다.
이같은 공지가 나가자 이용자 사이에선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그럼 앞으로 오픈채팅방에서 공유되는 동영상 등은 전송 전에 카카오가 다 검열한다는 건가”, “오픈채팅방에 전송되는 영상을 카카오가 마음만 먹으면 다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우려했다. 사적 검열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 해당 공지는 지난해 제정된 ‘n번방 방지법’의 일환으로, 불법 촬영물 삭제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가 시행된다는 내용이다.
[방통위] |
즉, 오늘부터 이용자가 오픈채팅방에서 동영상이나 움직이는 이미지(GIF 등)를 게재하려 하면 정부가 개발한 필터링 기술을 거쳐 불법촬영물 여부를 확인한 뒤 전송이 허용된다.
동영상 검열 주체는 카카오가 아니며, 카카오 등 민간 사업자는 정부가 개발한 필터링 기술을 단순 적용할 뿐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방통위는 지난 8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한 불법촬영물 표준 필터링 기술과 데이터베이스(DB)를 민간 사업자에 제공했다. 영상물의 특징값을 딥러닝 기반으로 추출해 불법촬영물 DB와 대조하고 이를 통해 불법촬영물을 걸러내는 방식이다. 사람이 직접 동영상을 보고 대조하는 방식이 아니다.
또한, 사적 대화가 오가는 일반 채팅이나 1:1 오픈 채팅방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불법촬영물 식별 및 전송 제한을 위한 필터링 기술은 오직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서 오가는 동영상 및 움직이는 이미지, 압축파일에 적용된다.
오늘부터 동영상 필터링 기술을 적용하는 건 비단 카카오뿐만이 아니다. 네이버 등 국내 포털, 트위터, 메타(페이스북) 등 SNS, 디씨인사이드 등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등 총 87개 사업자 모두 6개월(계도기간) 안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해커 불법 촬영 [123rf] |
문제는 ‘n번방 방지법’에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선, 불법 성착취물 사건이 불거진 ‘텔레그램’이 대상에서 빠졌다. 법 적용 범위를 좁히는 과정에서 정작 n번방 사건이 발생한 플랫폼이 제외되면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워낙 광범위한 범위에 기술적, 관리적 조치가 시행되다 보니 서비스 장애가 발생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포털, 인터넷 커뮤니티, 인터넷 개인방송 등에 업로드되는 모든 동영상이 정부의 필터링 기술을 거쳐 전송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터링 시간 지연이나 오작동 등이 발생하면 전반적인 서비스 오류로 인한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개발한 영상물 필터링 기술은 법 시행을 약 3개월 가량 앞둔 지난 8월 말이 돼서야 완료됐다”며 “이마저도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충분한 사전 테스트 과정을 거치지 않는 등 준비가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꼬집었다.
필터링 기술 자체가 새로운 불법촬영물 유통을 막을 수 없을 거란 지적도 있다. 이용자가 업로드하는 동영상과 대조되는 불법촬영물 DB는 기존에 적발·신고된 영상물들이다. 따라서 DB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동영상의 경우 필터링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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