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 |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전투적인 운전, 들쭉날쭉한 수입, 비싼 보험료.. 다 잊고 월급 받으며 배달하는 건 어때요?”
일한 만큼 돈을 벌어가던 배달 업계에 ‘월급제’가 도입되고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대에 출퇴근하는 배달기사에게 300만~400만원의 고정 월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배달에 능숙한 베테랑 라이더들에게는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근무 강도를 낮추면서 직업 안정성까지 기대할 수 있어 대안으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 브랜드 ‘부릉’과 계약한 한 수도권 배달대행 사무소는 최근 ‘월급제 라이더 모집’ 공고를 냈다. 점심·저녁 시간 포함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을 근무하면 최소 275만원의 수익을 보장하고, 처리한 배달 건수에 따라 최대 40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배달대행 브랜드 ‘바로고’와 계약한 한 사무소도 근무 시간만 충족하면 ‘주6일 350만원, 주5일 300만원 고정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월급제는 프리로 뛰는 배달 라이더들에 비해 수익이 낮은편이다. 그럼에도 관심이 높다. 월급제를 하겠다는 배달 라이더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플랫폼에 등록된 배달라이더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만큼만 일해 돈을 번다. 일부 능숙한 배달기사들은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하며 1주일에 15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도 한다. 대신 프리랜서 라이더들은 업무에 수반되는 기타 비용을 직접 감당해야 한다. 오토바이는 자차를 활용하거나 사무소와 리스 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보험이나 기름값, 수리비 등도 본인이 내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배달대행사가 ‘월급제 라이더’에게 책정한 350만~400만원 상당의 월수입은 전업 라이더들 사이에선 평균 이하 수준이다. 대신 프리랜서 라이더들이 직접 감당하는 오토바이 리스비나 유상운송 종합보험, 유류비, 식대 등을 회사가 책임진다. 4대 보험과 연차, 특별휴가, 퇴직금(1년 이상 재직시)까지 제공하겠다는 사무소도 있다.
라이더들 사이에선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프리랜서로 일할 때에 비해 근무 난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다. 단가가 높은 콜(호출)을 골라내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배달하기 위한 과속 압박도 적다. 월별 수입 편차가 줄어드는 등 직업 안정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물론 배달대행사 입장에선 월급제 고용으로 근무 효율이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감당해서라도 라이더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최근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앱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라이더들을 끌어들이면서, 지역 배달대행사들의 구인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다만, 월급제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은 근무 자유도가 높고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프리랜서 형태의 고용 구조가 배달 라이더들 사이에서 선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급제 배달 라이더들에게 월 400만원은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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