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설현이 팬 플랫폼 '버블'에서 팬들과 나눈 대화가 화제가 됐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뭐 어때~ 우리 끼린데~ 다이어트 비법 알려줘? 물 2L 마셔봐. 진심 이것만 지켜도 일주일에 1키로는 빠져. 맹물로 마셔야 해. 커피나 뭐 타먹지 말고.” (가수 설현이 ‘디어유 버블’을 통해 팬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 중 일부)
아티스트와 팬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성장해 시가 총액 5000억원을 넘보는 기업이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 ‘디어유’다. 오는 11월 10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확정 공모가는 2만 6000원으로 희망 공모가 상단을 초과했다.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에 1763개 기관이 참여, 최종 수요 예측 경쟁률은 코스닥 상장 기업 중 역대 세 번째다(2001 대 1).
아티스트가 앨범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시대는 지났다. 모바일 기반 SNS 팬덤 활동이 활발해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되면서 ‘팬덤 플랫폼’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팬과 산업(industry)의 합성어인 ‘팬더스트리’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팬덤 플랫폼은 팬-아티스트의 소통 공간을 넘어, 자체 경제 시스템을 구축한 가상 세계 ‘메타버스’까지 넘보고 있다.
디어유의 아티스트-팬 메신저 서비스 '버블' 소개 [디어유 홈페이지] |
디어유의 대표 서비스는 아티스트와 팬의 소통 플랫폼 ‘디어유 버블’이다. 올해 디어유 상반기 매출 184억원 중 93%가 ‘버블’에서 나왔다. 버블은 아티스트와 1 대 1 메신저를 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구독형 서비스다. 아티스트 1인 당 월 4500원을 지불하면, 해당 아티스트로부터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지난 8월 기준 구독자는 120만명 가량이다.
버블은 지난해 2월 론칭한 이후 MZ세대 여성 이용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령별 구독자 비중은 ▷10대 22% ▷20대 64% ▷30대 10% ▷40대 이상 4%다. 10~20대 비율은 86%, 여성 이용자 비중은 무려 97%다. 버블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디어유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32억에서 올해 상반기 184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영업이익 또한 6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전체 예상 매출은 400억원 수준이다.
아이돌 그룹 SF9 인성의 버블 메시지. [FNC엔터테인먼트 블로그] |
‘버블’의 강점은 마치 일대일로 소통하는 듯한 ‘친밀감’에 있다. 아티스트에게는 전체 메신저방 형태로, 구독자에게는 일대일 메신저방 형태로 나타난다. 아티스트는 구독자 전체를 대상으로 텍스트와 사진, 동영상을 보내며 소통한다. 대중 매체나 공개 SNS가 아닌, 폐쇄된 공간에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 가수 설현의 경우 자신의 BMI(체질량) 지수까지 공개해 화제가 됐다.
아티스트의 창의력과 재치가 발휘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돌 그룹 SF9의 멤버 인성은 버블 내 프로필을 회사원, 대학생, 남동생 등으로 바꿔가며 다양한 컨셉의 대화를 시도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현재 버블에는 23개 기획사, 229명의 아티스트가 활동 중이다.
하이브가 운영 중인 팬덤 플랫폼 위버스. BTS, 블랙핑크 등 인기 가수들이 활동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한류팬 숫자는 1억 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구매력은 8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케이팝 아이돌의 위상이 높아지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팬덤 플랫폼’ 사업도 커지고 있다.
대표 사례는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운영하는 ‘위버스(Weverse)’다. 위버스는 아티스트별 멤버십 구독과 각종 굿즈, 콘텐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지난해 하이브 매출액 7900억원 중 3300억원, 약 41%가 위버스에서 나왔다. 위버스는 네이버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브이라이브’와의 서비스 통합도 앞두고 있다.
디어유 연혁. [디어유 제공] |
디어유는 장기적으로 ‘버블’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아티스트-팬 간 프라이빗 메신저 서비스에서 나아가, 가상 공간 안에서 소비와 엔터테인먼트, 결제 기능을 구현한다. 가상공간 내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도입해 실물 경제를 연동시킬 계획이다.
우선 내년 1분기 버블에 ‘마이홈’ 서비스를 도입해 서비스를 확장한다. 구독자 개인의 프로필을 개인 아바타와 온라인 공간으로 구성한 뒤, 이를 꾸미기 위해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한 각종 디지털 아이템을 판매할 예정이다. 아티스트-팬의 일대일 관계를, 같은 아티스트 팬덤 내부 개인 또는 아티스트 팬덤끼리의 교류까지 확대한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