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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인공지능 스피커가 내 대화를 다 엿듣고 있다?”
말 한 마디면 오늘의 날씨를 알려주고, 음악도 틀어주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어느 새 한국인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왔지만 이를 통한 음성정보 수집과 개인정보 유출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실제 사용되는 AI스피커는 1000만대가 훌쩍 넘는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한 개인정보보호운동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my.data.not.your)'을 통해 아마존의 AI스피커가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마존에 자신이 사용 중인 AI스피커(아마존 도트, 에코)를 통해 아마존이 수집·보관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요청했다.
그는 “3500개가 넘는 짧은 오디오 파일을 포함해 여러 개의 파일이 돌아왔다”며 “그중에는 내가 동의한 기억이 없는 친구, 가족, 동료의 전화번호정보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집의 위도와 경도가 정확하게 표시된 파일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영상은 26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AI 서비스 이용 중에 생기는 개인정보 수집·유출 논란은 수년간 지속돼왔다. 2019년 구글의 AI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에 녹음된 이용자들의 대화 녹음파일 1000여건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 닷 3세대' 제품. [123rf] |
국내도 마찬가지다. 다수 업체가 서비스 개선을 이유로 스피커를 통해 확보한 사용자의 음 정보를 녹음해 분석하고 있다. 업계는 음성정보를 ‘비식별화’ 조치하고, 사용약관을 준수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처리 과정이 제각각인 데다 정보 수집 사실을 소비자가 인지하기 쉽지 않다. 비식별화란 정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삭제·대체하거나 다른 정보와 결합을 어렵게 해,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말한다.
최근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내 5개 AI스피커업체(구글·네이버·카카오·SK텔레콤·KT)의 개인정보 수집정책을 분석한 결과, 카카오와 네이버만 음성정보와 계정정보를 수집 즉시 분리(비식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 KT는 비식별화까지 시간이 걸린다. 구글은 아예 비식별화 조치를 하지 않았다.
카카오의 AI스피커 '카카오미니C'. [카카오 제공] |
더 큰 문제는 민감 정보다. 소비자가 AI스피커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함께 수집되고 있다. 윤 의원은 “AI스피커로 물품을 구매하거나 택시를 부르면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주소 등을 말하게 되는데 이러한 정보가 ‘자동 변조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민감 정보를 자동 변조 처리하는 곳은 카카오가 유일하다.
이에 개인정보호호위원회와 해당 업체들이 논의,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내년까지 수집된 음성정보를 곧바로 비식별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업데이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SK텔레콤과 KT는 연내 이용자의 민감한 정보가 확인되면 해당 음성을 삭제하는 프로세스를 적용한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