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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애플은 지속가능한 제품으로 기업들을 선도하는 대신, 지속 불가능한 관행을 유지하면서 가짜 환경주의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제외하는 등 친환경 프로젝트를 선보였던 애플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애플은 제품 수리 비용을 과도하게 책정함으로써 제품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는데, 이 때문에 늘어난 폐기물이 환경에 악영향에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정부 예산안을 저지하기 위한 단체에 애플이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는 폭로도 나왔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 전문매체 ZD넷은 ‘애플은 그린워싱을 중단하고 지구를 돌봐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를 최근 게재했다. 하드웨어 전문 필진인 아드리안 킹슬리 휴즈가 작성한 이 글은 애플이 제품 수리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기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품 교체 주기를 단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컨대 아이폰 디스플레이가 파손됐을 경우, ‘애플케어 플러스’ 등 보험상품에 가입하지 않은 소비자는 수리를 위해 최소 399달러(약 37만원)에서 최대 599달러(약 71만원)을 내야 한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13프로맥스 제품의 경우 디스플레이 수리비가 599달러로 기기값의 절반 이상이다. 가격이 비슷한 삼성전자 갤럭시S21울트라 제품의 디스플레이 수리 비용이 20만원 수준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애플 아이폰 디스플레이 수리 비용. [애플 홈페이지 캡처] |
외부 사설 업체를 이용해 수리 비용 부담을 낮추기도 어렵다. 서비스 센터가 인증하지 않은 부품으로 교체할 경우 얼굴을 인식하는 센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등 불편을 감수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역시 사설 업체를 통해 교체할 경우 “배터리의 상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경고 메세지를 띄운다.
아드리안은 “제품 수리를 지나치게 어렵게 만들고, 사설 업체로부터 합리적인 가격에 수리받는 것을 차단하는 등 애플은 제품의 수명을 단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연간 2억대에 달하는 아이폰을 판매하고 있다. 제품을 일렬로 배치하면 지구 둘레의 4분의3을 차지할 정도다. 아드리안은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대신 아이폰 판매량을 줄이는 결단이 가능할 텐데, 소비자들이 이같은 결단을 요구하는 것을 애플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애플은 이처럼 지속 불가능한 관행을 유지하면서도 가짜 환경주의를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애플의 그린워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비단 서비스 전략에 대한 불만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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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은 최근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계획을 대거 포함한 3조5000억달러(약 4040조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을 공개했는데, 이 예산안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로비 단체 후원사 목록에 애플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속해 있는 한 경제 관련 단체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 때문에 해당 예산안을 반대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공개한 감시 기구 측은 “기업들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얼마나 헌신적인지 홍보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하지만 그들은 사상 최대의 기후 변화 법안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단체들에 비공개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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