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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법 라이더 꼴불견?” 늦고 비싼 배달, 참을 수 있나요
한 배달기사가 적색 신호등에서 정지선 뒤에 정차하고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앞으로 교통법규 잘 지키겠습니다. 근데 배달 손님들, 배달팁 비싸지고 늦게 도착하는 거 참으실 수 있나요?”

코로나19로 이륜차 배달이 급증하면서 난폭 운전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교통 법규를 모두 준수해서는 최저시급도 받기 힘들다는 배달기사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갓길 주행, 차간 주행 등을 하지 않고 배달할 경우, 지금보다 배달비가 두 배 이상 높아져야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전한 배달을 위해선 배달 플랫폼과 이용자들도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륜차 배달 라이더 사이에서는 신호를 지키며 배달 업무를 했을 때 시급이나 업무 효율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검증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경찰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데다 위반 사항을 촬영해 신고하는 시민 제보단의 활동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꼼수’ 없이 배달했을 때의 기대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보는 차원에서다.

지난 6월 배달 라이더 노조 단체인 라이더유니온이 진행했던 ‘신호데이’ 캠페인을 주목할 만하다. 시속 50㎞ 이하를 유지하고 교차로 신호등을 준수하며 차간 주행을 자제하는 등 ‘준법 운전’을 했을 때와 통상의 운전 방식을 유지했을 때의 평균 시급 및 완료 배달 건수를 비교해보는 실험이다. 소속 라이더 11명과 실험을 진행한 결과, 준법 운전을 한 날의 일일 소득 중위값은 9만105원으로, 평상시 11만4853원보다 21.5% 낮았다. 평균 배달 소요 시간은 23.3분에서 29.3분으로 늘어났으며, 하루 평균 완료 배달건수은 26.6건에서 18.7건으로 줄었다.

배달업 노하우를 공유하며 약 3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한 유튜버는 최근 ‘준법 운전’으로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유튜브 채널 배달민족의 배달방송 캡처]

노조 단체 외의 일반 라이더들의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배달업 노하우를 공유하며 약 3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한 유튜버는 최근 ‘자동차와 똑같이 다니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차간 주행, 갓길 주행, 신호대기 중 선두로 끼어들기 등 시민들로부터 지적 받았던 운전 방식을 자제하고, 일반 승용차를 운행하는 것처럼 배달 업무를 수행해본 후기를 올린 것이다.

그는 세 건의 배달을 수행했는데, 5.7㎞ 이동하는 데 34분, 3.7㎞ 및 3.2㎞를 이동하는 데 각각 20분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쿠팡이츠나 배달의민족에서 단건 배달(한 번에 한 집만 배달) 업무를 수행한다고 가정하면, 시간당 세 건을 처리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해당 유튜버는 “(교통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라고 요구한다면) 배달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최저 요금이 8000원은 돼야 한다” 주장했다. 현재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 기본 배달 단가는 각각 2500원, 3000원이다.

안전한 배달을 위해 배달 단가를 올려야 한다는 것은 비단 라이더들의 주장만은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한 ‘안전배달료’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라이더보호법(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개정안)’은 라이더들의 교통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달료를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요금 수준을 매년 검토하는 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안전배달료가 현실화한다면 자연스레 자영업자나 배달앱 이용자가 배달 서비스에 치르는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배달비는 배달앱 이용자,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식당(가맹점), 플랫폼이 나눠 분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배달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전배달료가 의무화된다면 우선은 플랫폼이 추가 비용을 감수하겠지만 이미 적자로 허덕이는 상황이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결국엔 자영업자나 이용자들도 안전 배달비 부담을 당연시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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